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는 신제품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막걸리의 부흥기가 찾아오고 있다. 사진은 위쪽 시계방향으로 국순당의 '대박을 기대해 봄', 배상명주가의 '동네방네 양조장' 시리즈, 서울장수의 '인생막걸리'. / 각사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는 신제품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막걸리의 부흥기가 찾아오고 있다. 사진은 위쪽 시계방향으로 국순당의 '대박을 기대해 봄', 배상명주가의 '동네방네 양조장' 시리즈, 서울장수의 '인생막걸리'. / 각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막걸리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연간 출고량이 40㎘ 이하로 떨어지며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던 막걸리가 2030의 취향에 맞는 새 옷을 갈아입으면서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다. 막걸리 업계가 때 이른 봄바람에 화색이 돌고 있지만 배상면주가의 얼굴엔 여전히 그늘이 가득해 보인다.

◇ '2030' 취향 저격하는 막걸리

대표적인 전통주인 막걸리가 부활의 날개짓을 하고 있다. 갈수록 ‘술 권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돼가면서 주류 업계가 침체된 가운데서도 출고량과 매출액이 늘며 과거 전성기를 되찾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21일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막걸리와 동동주를 합한 탁주 시장은 2015년 이후 빠르게 늘고 있다. 과거 3,000억원대 이던 소매시장 규모는 2017년 3,560억대로 성장했다. 소매점 매출도 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탁주 소매점 매출액은 3,0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막걸리 업체들이 과거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시대에 맞는 과감한 변화를 시도한 덕분이다. 비주류 수요층인 2030세대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신제품이 꾸준히 출시되면서 시장 전체가 성장했다는 분석이다. 업체마다 바나나, 고구마 등 다양한 재료로 맛을 살리고 식이섬유나 유산균 등 건강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또 감각적 디자인의 패키지와 제품명으로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는 게 요즘 추세다.

‘인생막걸리’는 출시 4개월 만에 100만병을 돌파하며 달라진 막걸리의 위상을 증명하고 있다. 국내 막걸리 점유율 1위 서울장수가 지난해 10월 선보인 이 제품은 배우 임원희와 조우진을 앞세운 TV CF 등 마케팅 전략까지 통하면서 주류 업계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 국순당은 최근 산뜻한 진달래와 개나리를 배경에 넣은 봄 한정판 막걸리 ‘대박을 기대해 봄’ 2종을 내놓고 대박을 노리고 있다.

◇ 봄기운 만끽 못하는 배상면주가

배상면주가 역시 차별화된 방식으로 막걸리의 전성기를 도모하고 있다. 이 업체는 사업주가 각 지역의 동네 이름을 내걸고 막걸리를 직접 제조하고 유통할 수 있는 ‘동네방네 양조장’을 진행하고 있다. ‘공덕동 막걸리’, ‘성수동 막걸리’처럼 제조 지역의 이름이 붙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신개념 비즈니스 모델이다 보니 업계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

하지만 배상면주가는 한껏 들뜬 지금의 분위기를 마음껏 즐길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적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등 회사의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아서다. 배상면주자의 연매출은 지난 9년(2009~2017년)간 140~170억원대에서 맴돌고 있다. 무엇보다 흑자 실현이 절실한 상태다. 이 기간 영업흑자를 낸 건 2009년(4,000만원)과 2014년(1억)이 유일하다. 나머지 사업 년도에 누적된 영업손실은 144억원에 이른다.

배상면주가는 과거 막걸리 내수가 급증했을 당시에도 그 과실을 맛보지 못한 경험이 있다. 막걸리 내수량이 전년 대비 78.5%가 늘었던 2010년 28억원의 영업손실과 29억원의 당기순손실이라는 뼈아픈 성적을 거뒀다. 몇 년 만에 찾아온 막걸리의 부흥 조짐에도 배상면주가의 실적 개선을 낙관할 수 없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상황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이기는 하지만 막걸리 열풍이 불었던 2012년에도 이후 다시 정체기에 빠진 전력이 있는 만큼 막걸리가 꾸준히 잘 팔리는 음주 문화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며 "배상면주가 역시 반짝 흥행으로는 실적에 큰 보탬이 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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