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선거법 개정안에 잠정 합의한 야 3당(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대표와 원내대표, 국회 정개특위 간사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선거법 개정안에 잠정 합의한 야 3당(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대표와 원내대표, 국회 정개특위 간사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선거제도 개편안이 사실상 각 정당이 요구하는 법안의 끼워팔기용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논의를 촉발했던 것은 선거법 개정안인데, 정당마다 '패키지 법안'에 합의하지 않으면 패스트트랙 자체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바른미래당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을, 민주평화당은 5·18 왜곡처벌법을 패스트트랙 진행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전날 의원총회 결과 브리핑에서 "공수처법 관련해서 당론을 정하고, 이것이 반드시 관철되도록 요구하기로 했다"면서 "공수처법이 관철되지 않으면 더 이상 패스트트랙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도 "여기서 또다른 양보를 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당 내부 여러 사정도 있기에 어제 안이 바른미래당이 낼 수 있는 마지막 안"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자신의 원내대표직을 걸기도 했다.

바른미래당의 공수처법안은 더불어민주당의 안과는 다소 다르다. 바른미래당은 ▲공수처의 기소와 수사 분리 ▲공수처장 인선은 추천위를 구성하되 추천위의 3/5 동의 ▲공수처장 추천위 구성은 법무장관·법원행정처장·변협회장 외 국회 추천 위원을 4명으로 하고 야당의 비토권을 위해 여당 1명, 야당 3명 등이다. 반면 민주당은 ▲공수처가 수사·기소권 모두 확보 ▲공수처장 추천은 위원의 과반 동의로 하며 ▲국회 몫 추천위원 4명은 여야 동수를 주장하고 있다.

평화당은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당내 반발이 있었으나 지난 19일 의원총회를 통해 만장일치로 추인했다. 그러나 역시 패스트트랙 패키지 법안에 5·18왜곡처벌법이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천정배 의원은 광주CBS와의 인터뷰에서 "선거법 개정안이 중요한 만큼 5.18 왜곡처벌법도 그 이상 중요하다"며 "평화당으로서는 5.18 왜곡처벌법을 못 만든다면, 다른 당이 원하는 것만 해주는 식으로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은 일찌감치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추진에 대해 '끼워팔기'라고 비판해왔다.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지난 19일 논평을 통해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법 및 검경수사권 조정을 끼워팔기식으로 거래하겠다는 발상은 정권연장을 위한 추악한 부당거래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하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내에서도 선거법 외에 패키지로 패스트트랙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끼워팔기'라고 인식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병국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선거법만이 아니라 검경수사권 분리, 공수처법을 함께 태우는 것에 대해서 이것은 '되지 않을 법을 여당이 선거법 패스트트랙을 한다는 것에 대한 전제조건으로 자기들이 원하는 두 개의 법(공수처법·검경수사권조정)을 자기들 뜻대로 관철시키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는 부분에 결론적으로 다 동의가 됐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이번 여야 4당 선거법 잠정합의안은 당초 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이 요구했던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50%인 '준연동형'이 됐다는 점, 지역구-비례대표 의석 비율도 2 대 1에서 3 대 1로 후퇴했다는 점 등에서 '누더기'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또한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여야 4당이 선거법은 명분으로만 내세우고 실리는 따로 챙기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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