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적 기구 위원장직을 수락하며 정치권 전면에 섰다.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2년 만이다. / 뉴시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적 기구 위원장직을 수락하며 국내 최대 이슈를 선점했다. 이로써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2년 만에 관심이 집중됐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정치 재개 가능성에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행보를 정치적으로 연계시키는 것은 일종의 ‘연목구어(緣木求魚)’라고 말했다.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한다는 뜻으로, 목적과 수단이 맞지 않아 성공이 불가능할 때 쓰이는 고사성어다. 그는 지난 15일 기후변화 관련 해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힌 뒤 “이미 2017년 2월 정치에 뜻이 없다며 꿈을 접었다”고 설명했다.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정치와 담을 쌓아왔다는 얘기다.

◇ 미세먼지 해결사로 2년 만에 관심 집중

그로부터 이틀 뒤다. 반기문 전 총장이 정부에서 요청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적 기구 위원장직을 수락한 소식이 전해졌다. 전날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공식 제안을 받은 그는 “기후변화 등 국제 환경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온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에 도움이 될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미세먼지 문제는 정파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범국가기구는 제정당, 산업계, 시민사회 등까지 폭넓게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기문 전 총장은 바빠졌다. 21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미세먼지 대책 등을 논의하는 한편 오는 2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접견이 예정돼 있다. 물론 그의 중국행은 보아오포럼 참석 때문이다. 하지만 반기문 전 총장이 미세먼지 해결에 대한 양국의 협력을 도모하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많다. 그는 “같은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동북아 국가와의 협력과 공동대응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국제적으로 성공한 사례를 찾아 우리 실정에 맞는 최상의 모델을 만들겠다”고 공표했다.

반기문 전 총장이 국가 재난으로 규정한 미세먼지 문제에 해결사로 전면 등장하면서,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년 만이다. 그는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국제무대를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오면서 국내 정치와 거리를 뒀다. 하버드대학 초빙교수 자격으로 미국에서 지내다 2017년 7월 귀국해 연세대 글로벌사회공헌원 명예원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국제올림픽위원회 윤리위원장,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 의장, 보아오포럼 이사장 등 차례로 선출됐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명예직만 20여개다. 재단 설립을 추진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반기문 전 총장은 “미세먼지 문제를 정치적 이해득실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치 재개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은 것이다. / 뉴시스
반기문 전 총장은 “미세먼지 문제를 정치적 이해득실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치 재개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은 것이다. / 뉴시스

재단 설립에 관여하고 있는 김숙 전 유엔 주재 대사는 문화일보를 통해 “반기문 전 총장의 독자적·독립적 활동 기반으로서 법인 설립의 필요성이 제기됐다”면서 “재단은 국제기구, 국내외 유관단체나 시민단체, 교육·학술 기관 등과 업무협력을 맺고 유엔 사무총장 재임 10년간의 역점과제 분야에서 국제적 역할을 하기 위한 좋은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단은 지난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발기인 총회를 열었다. 출범은 오는 5월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앞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적 기구가 발족한다. 현재 실무 협의 중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반기문 전 총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기지개를 켜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때문에 반기문 전 총장은 다시 한 번 정치 재개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21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미세먼지 문제가 정치 문제가 되는 순간 범국가기구 출범을 통한 해결 노력은 실패한다”면서 “국가적 중책 제의받았고 제 필생의 과제를 다시 한 번 전면에서 실천할 기회라 생각해 수락했다”고 부연했다. 재단 정관에도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도록 돼 있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반기문 전 총장을 향한 정치권의 관심은 뜨겁다. 국내 활동을 공식 재개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행보라는 것. 그의 외교력과 국제사회 영향력으로 미세먼지를 둘러싼 한중 외교가 새 국면을 맞게 될 것이란 기대도 더해졌다. 뿐만 아니다. 현 정부의 남북경협 추진에서 유엔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물론 반기문 전 총장은 “남북경협의 시기와 방법은 유엔이 정한 틀 내에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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