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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이정범 감독이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
2019. 03. 22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이정범 감독이 ‘악질경찰’로 돌아왔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이정범 감독이 ‘악질경찰’로 돌아왔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어른으로서, 죄 없이 희생된 아이들과 유가족들에게 그 말을 전하고 싶었다.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했다. 평생을 그리워하며 살아갈 이들이 조금이라도 외롭지 않게 힘이 되고 싶었다. 이정범 감독이 상업영화 안으로 세월호 참사 소재를 끌고 들어온 이유다.

영화 ‘아저씨’(2010)로 한국 액션 영화의 새 지평을 연 이정범 감독이 신작 ‘악질경찰’로 돌아왔다. 지난 20일 개봉한 ‘악질경찰’은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 감는 쓰레기 같은 악질경찰 조필호(이선균 분)가 폭발사건 용의자로 몰리고 거대 기업의 음모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범죄 드라마다.

이정범 감독은 2014년 4월 온 국민을 슬픔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를 상업영화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참사 이후 상처를 안고 방황하며 살고 있는 이들과 여전히 이기적이고 탐욕스럽게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동시에 담으며 ‘좋은 어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형식의 독립 영화는 있었지만,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상업영화는 ‘악질경찰’이 처음이다. ‘악질경찰’은 세월호 참사 사건 자체를 다루는 것이 아닌, 범죄 영화라는 장르 안에 주인공의 변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을 세월호 참사 관련자로 설정해 사건의 연결고리로 등장시킨다.

이에 개봉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수익을 내야 하는 상업영화에 세월호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고,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었다. 티켓값을 지불해가며 마주하기 힘든,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소재를 다룬 영화를 보겠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이정범 감독은 이 이야기를 꼭 해야만 했다. 기자와 평단, 그리고 관객들의 불편한 시선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람들의 마음과 뇌리에서 세월호가 잊히는 것이 가장 두렵다’는 유가족의 한 마디가 가슴에 박혔고, 이 영화를 세상에 내놔야 하는 이유가 됐다.

이정범 감독이 ‘악질경찰’로 개봉을 앞두고 소감을 전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이정범 감독이 ‘악질경찰’로 개봉을 앞두고 소감을 전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개봉에 앞서 <시사위크>와 만난 이정범 감독은 “앞으로 세월호를 다루는 다른 매체들이 계속 나오고, 유가족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개봉을 앞둔 소감은.
“감개무량하다. 5년 만에 찍었다. 사실 매일 기도의 연속이었다. 시나리오를 쓸 때는 이 시나리오로 영화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기도를 하고, 막상 프로덕션에 들어갔을 때는 이 영화가 끝마치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다. 완성해서 편집할 때는 최대한 훼손당하지 않고 개봉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고, 또 개봉을 앞두고 나니 최대한 욕은 안 먹었으면 좋겠다고 기도하고 그러고 있다. 하하. 엄밀히 말하면 이 영화의 개봉이 목적이었고, 개봉만 하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목표의 반은 이룬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감개무량하다.”

-세월호 참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와 영화로 만들고 싶었던 이유는.
“그 당시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단원고 교실에 가고 싶었다. 가서 ‘아이들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와야지’라는 마음으로 갔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교실에 아무도 없다. 교실에 책상과 의자만 있고, 꽃이랑 종이학만 있다. 그런데 그 교실이 하나가 아니다. 계속 연결된 교실들에 아무도 없다. 언론에서 얘기하는 것보다 훨씬 크게 잘못됐다고 느꼈다. 교실 뒷문으로 누가 들어왔다. 유가족 분이었는데 걸레를 훔치면서 청소를 하시더라. ‘누구야, 또 올게’하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가셨다. 그날의 기억이 너무 충격이었다.

그 이후에 어떤 영화를 할까 고민하던 중 시나리오가 하나 들어왔는데, 완전히 액션 영화였다. 세월호와 관련된 건 아무것도 없었는데, 하나 특이했던 것이 안산에 있는 형사가 나오는 점이었다. 안산에 있는 형사가 마약조직을 소탕하는 액션 영화였는데 그 드라마에는 관심이 없었다. ‘안산의 형사라는 것 하나만 가지고 시나리오를 다시 써서 세월호 얘기를 할 수 있을까, 그때 내가 받은 충격을 얘기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하나하나 싹텄던 것 같다. 이후 유가족분들이 집필한 책을 우연히 보게 되고 디테일들이 보강이 되고, 안산에서 실제 근무하시는 형사분들의 취재가 되면서 윤곽이 잡혔던 거다. 처음부터 (세월호 관련) 영화를 해야겠다는 건 아니었다. 이 얘기가 되게 길다. 시나리오 쓰는 거 1년, 캐스팅 전체 2년, 프로덕션 2년까지 5년이 걸려버렸다.”

-상업영화 틀에서 이런 소재를 다루는 게 정말 큰 도전이다.
“두렵다. 욕을 먹을 거 뻔히 아는데… 세월호는 현재 진행형이다. 아직 해결된 게 없다. 어떤 사람들은 ‘세월호 얘기 좀 그만해, 시기상조 아니야?’라고 말을 하는데, 시기상조라는 단어가 이 얘기에 맞는지도 모르겠고, 아무것도 해결이 안 됐는데 그만하라는 댓글의 저의도 모르겠다. 정치 프레임을 이용하는 분들도 이해 못하겠다. 나의 관점은 하나다. 그냥 자식들을 잃은 부모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풀어주고 사과를 하면 되는데 그걸 아무도 안 하고 있다는 것이 내 안의 울분을 건드린 거다.

내가 만약 가수나 소설가라면 그러한 매체들에 맞는 걸로 이야기했겠지만, 나는 상업영화 감독이기 때문에 상업영화라는 범주 안에서, 그분들에게 최대한 상처가 안 되는 범위 내에서 이 영화를 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했던 결과물이 지금의 ‘악질경찰’인 것 같다. 어떤 분들은 세월호를 제대로 다루지 그랬냐고 하는데, 이 사건이 지금도 정리가 안 됐고 진위가 파악이 안 된 것을 영화에 끌어온다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팩트들은 조금 뒤로하고 내가 그 당시 받았던 충격과 분노들을 영화적으로 표현하는 거에 집중하자고 하다 보니 범죄 장르에 세월호를 녹인 혼합물이 나온 것 같다.”

‘악질경찰’ 포스터 속 조필호 역을 소화한 이선균.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악질경찰’ 포스터 속 조필호 역을 소화한 이선균.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캐스팅에 어려움을 겪었다. ‘아저씨’ 흥행 이후 배우들이 함께 하고 싶어 하는 감독이었는데, 거절당하는 감독이 됐다. 
“이 영화는 굉장히 많은 배우들이 거절을 했다. 캐스팅이 가장 어려운 영화였다. 이렇게 오랫동안 캐스팅해본 적도 없고. 하지만 이해한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영화였고, 두려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세월호만 빼면 하겠단 분도 있었다. 나는 세월호는 못 빼니까 답변을 달라고 했는데, 못하겠다는 답변이 올 때마다 느끼는 좌절감이 컸다. 지금은 다 용서하려고 한다. 하하. 그 당시에는 화가 났었는데(웃음).”

-결국 이선균이 하게 됐다.
“시나리오가 이선균에게 갔을 때 잘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이선균이 시나리오를 읽고 훅 들어오는 멘트를 날려줬다. ‘형, 이거 세월호 얘기 아닌데? 다들 세월호 때문에 거절했다는 얘기는 아는데 이게 왜 세월호만 얘길 하는 거야, 이건 그냥 미안해하는 어른에 대한 얘기잖아’라고 말을 했다. 정확히 주제를 알고 하는 얘기였다. 나를 잘 알기도 하고. 그게 너무 감사했다. 그래서 하게 됐다.”

-‘열혈남아’(2006)를 제외하고 ‘아저씨’ ‘우는 남자’ ‘악질경찰’까지 작품 속에 어른들에 희생되는 죄 없는 아이들이라는 초점이 담겨있는 것 같다. 
“여자라던가 어린 소녀라던가 어린아이로 규정짓고 있지는 않지만, 나이 차나 사는 공간의 차이가 있는 사람들이 묶여서 ‘케미’를 이루고, 서로 영향을 주는 것에 쾌감이 있는 것 같다. 미나(전소니 분)와 필호의 연령이 차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서로 ‘케미’를 이룬다. 공간이 다른데도 서로 우연한 만남을 가지면서 상호작용을 한다는 게 삶의 재미 같은 것 같다. ‘아저씨’도 그렇고 ‘우는 남자’도 그렇고 ‘열혈남아’도 그렇다. 같이 일을 하고,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섞여서 영향을 주는 것에는 매력을 못 느낀다. 오히려 평소라면 안 만나고 서로 경시했을 것 같은 사람들인데 그들이 만나서 뭔가를 건드리는 것에 대해 쾌감이 있는 것 같다.”

-핏줄이 아닌데도 모성 혹은 부성이 느껴지는 것도 비슷한 맥락인가.
“한국 영화적인 클리셰를 피하려는 것도 있다. 전혀 핏줄이 안 섞여 있는데 대한민국에서 어른으로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서로 영향을 받고 감화되고, 때로는 의지가 된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내 영화의 기본적인 주제였다.”

-‘열혈남아’ ‘아저씨’ ‘우는남자’에서 남자 주인공이 울면서 영화가 끝났던 것과 달리 ‘악질경찰’은 우는 단계에서 더 나아갔다. 
“‘본인의 처지를 깨닫고 잘못 살았다고 깨닫는 것이 ‘열혈남아’였고, ‘아저씨’는 무조건 아이를 구하는 것 말고는 선택이 없었다. ‘우는 남자’에서 곤도 본인이 잘못 살았다는 것을 알고 거기에 좌절해서 자신의 목숨을 버린다. 여기까지가 ‘우는 남자’ 3부작이다. ‘악질경찰’은 조금 다르다. 필호는 미나가 죽고 나서 살 수 있다. 돈도 받았고, ‘아저씨’에서처럼 강요받지 않는다. 필호는 본인이 선택한 거다. 돈 받고 건물 올리고 형사 그만두면 그만인데, 본인이 판단한 거다. 이것은 자성, 반성이라고 생각한다. 결정을 내린 거다. 양심에 찔려서 어른으로서. 행동을 했다는 것이 전작들과 다른 영화라고 생각을 한다.”

이정범 감독이 세월호 소재를 상업영화 안에 끌고 들어온 이유를 밝혔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이정범 감독이 세월호 소재를 상업영화 안에 끌고 들어온 이유를 밝혔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아쉽지 않나.
“이제는 아쉬워하지 않으려고 한다. 영화를 편집할 때 15세 등급이 돼서 조금 더 많은 학생들한테 보여주고 싶었는데, 영화가 갖고 있는 정서를 아니까 청불이 맞는 것 같다. 다행히 원래 보여주고 싶었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이미 성인이 됐기 때문에 청불이 나와도 볼 수 있다.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이 영화를 완성하기까지 힘든 순간이 많았을 텐데, 그때는 어떻게 마음을 다잡았나.
“‘제일 두려운 것이 사람들의 마음과 뇌리에서 세월호가 잊히는 것이다’이라는 유가족 분의 말을 잊을 수가 없었다. 아직 안 끝났는데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지옥이고 자기 전까지도 지옥인데 본인들은 살아있는 나날 내내 이것들을 풀기 위해 싸워야 하는데 아이들 곁으로 가는 날까지 계속 그리워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이미 지나갔고 5년 전 일이라며 그만 얘기하라고 피곤하다고 얘기하는 거 자체가 제일 두렵다고 얘기하셨다. ‘악질경찰’ 스태프와 배우를 합치면 465명인데 ‘적어도 465명의 대한민국의 사람은 안 잊고 있어요’라고 말씀을 드리려고 영화를 찍은 거라서 이겨낼 수 있었다. 힘들었지만, 그 말을 드리고 싶어서.”

-영화를 보기 전 관객들은 ‘범죄 영화, 세월호 영화’라는 한 단어로 영화를 판단할 텐데, 이런 수식어에 대한 생각은.
“‘세월호 영화다’라는 말이 그 단어가 갖고 있는 기피하고 싶은, 피해 가고 싶고 두렵고 미안한 감정들을 총체적으로 끌어올리기 때문에 선뜻 자기 돈을 주고 보러 가는 영화라고 하기엔 굉장히 껄끄러울 수 있다는 생각은 든다. 또 하나는 ‘아저씨’ 이정범 감독이 찍은 영화라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가 있지 않나. 그 영화가 갖고 있는 장르성이나 액션성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그런 우려들이 있을 텐데 영화가 개봉이 되고 나서 말들이 돌고 나면 그런 부분들은 일정 부분들은 자연 치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알아서 빠질 것들은 빠지고 정화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들을 갖고 있다. 지금도 간혹 내가 어떤 감정으로 영화를 찍었는지 정확히 분석해서 리뷰를 올려주시는 분들이 계시다. 너무 감사하고, 그런 분들이 조금씩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이 영화를 통해 꼭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인가. 
“미안하다는 거다. 애들한테 그리고 유가족분들에게. 아무도 사죄를 안 하니까, 사죄를 하는 어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사죄를 하냐’라고 한다면 할 말 없다.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사죄하고 싶다는 것뿐이다. 그런 마음으로 단원고에 갔던 거니까. ‘이 영화가 공신력 있는 감독이 돈을 100억원 이상 들여서 찍는 영화인데 고작 하려는 말이 미안하다 한마디뿐이냐’라고 하면 ‘그렇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대신 이 영화 때문에 세월호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파급력도 생기고 흥행이 잘 돼서 이 얘기가  확산이 되고 공론화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앞으로도 세월호를 다룰 수 있는 다른 매체들이 계속 나오고, 그분들(유가족)이 외롭지 않게만 된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