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정론관에서 독립유공자 후손 600인을 대표한 참석자들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관련 발언 규탄 성명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뉴시스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정론관에서 독립유공자 후손 600인을 대표한 참석자들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관련 발언 규탄 성명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3월 임시국회가 열흘정도 밖에 남지 않았지만, 국회는 여전히 과거 이슈에 빠져 공전하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발언에 대한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의 공식 항의가 끊이지 않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한 의원들에 대한 징계 절차도 멈춰 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을 공격하기 위해 ‘친일 프레임’을 꺼내들었다.

반민특위 위원장을 지낸 고(故) 김상덕 선생의 아들 김정욱 씨, 101세의 고령 독립유공자 임우철 씨를 비롯한 독립유공자와 그들의 후손들이 22일 국회 정론관을 찾았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반민특위로 인해 국민이 무척 분열했다”고 발언한 것을 규탄하기 위한 기자회견이었다. 이들이 발표한 성명서에는 민영주·이영수·오희옥·임우철·배종국·오상근·이태원 선생 등 7명 애국지사를 비롯해 독립운동가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건 씨 등 658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역사는 되풀이된다. 100년 전 이맘때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대표적인 친일파 이완용은 3월 1일, 전 국민적인 독립항쟁을 무산시키고자 3월 항쟁을 향해 ‘몰지각한 행동’이고 ‘항일운동은 국론분열’이라고 망언을 했다”며 “그처럼 오늘날에는 나경원이라는 몰지각한 정치인이 이완용이 환생한 듯한 막말과 행동을 일삼고 있다. 친일청산의 가치를 부정하고 반민특위의 친일청산 노력을 부정하는 나경원의 매국적 행위는 역사가 그것을 영원히 기록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반민특위 발언 이후 “한마디로 반민특위 활동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해방 후에 이런(친일청산) 부분이 잘됐어야 한다”며 “그(반민특위) 이후에 큰 국론 분열이 온 것처럼 지금 다시 과거를 헤집으면서 좌익 활동을 한 분 중에서 대한민국에 자유민주주의 정부가 수립되는 것을 반대했던 분들까지 대거 포함시켜서 또다시 과거 문제로 분란을 일으키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라고 모호한 해명을 내놨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여야가 해당 발언에 대한 논평을 줄이어 내놓으면서 정치권에 때 아닌 ‘친일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반민특위 활동이 이승만의 집요한 방해 공작으로 좌절됨으로써 친일 청산 기회를 놓친 것은 천추의 한”이라고 했고, 바른미래당은 “한국당 당명을 ‘자유한국총독부’로 바꾸라”고 비판했다. 민주평화당은 나 원내대표를 “토착 왜구”라고 지칭해 사태를 키웠다.

◇ “누가 친일인가”… 포항 지진 ‘네 탓 공방’도

특히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 때 있었던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사건을 계기로 친일 프레임을 더 확산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박광온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학의·장자연·버닝썬 사건을 언급하며 “일제가 식민 지배를 하면서 국민을 탄압하고, 억압하고, 착취하고, 유린하던 문화가 그대로 독재정권에 온전 되었고 번성해왔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이 세 가지 사건이라고 본다. 그 바탕에는 권력과 자본에 의한 여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억압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거나 당연히 여기는 식민지 문화가 깔려있다”고 했다.

한국당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친일파 인사의 소송을 맡았다고 주장하며 역공세를 폈다. 곽상도 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친일파 김지태 씨 유족들의 소송을 맡아 승소, 국가로부터 117억원을 돌려받았다”며 “대체 누가 친일파인가”라고 반문했다. 곽 의원은 김씨가 일제강점기 동양척식주식회사에 입사해 2만평의 전답을 받은 뒤 당시 ‘10대 재벌’ 반열에 올랐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친일파 후손임을 자인하며 사죄까지 한 적이 있는 홍영표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할 것인가”라고도 했다.

이런 와중에 여당인 민주당은 포항 지진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탓이라는 주장을 폈다. 2017년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이 이명박 정부 때 시작된 지열발전소 사업 때문이라는 것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열 발전사업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말 시작됐는데 이 같은 엉터리 사업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한국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홍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책임의식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무책임한 발언이었다. 매우 불쾌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여야가 책임 떠넘기기만 지속하면서 실제 포항 지진에 대한 사태 파악과 진상규명은 뒷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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