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버닝썬 사건과 김학의 전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 고(故) 장자연 리스트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가운데 이들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버닝썬 사건과 김학의 전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 고(故) 장자연 리스트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가운데 이들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버닝썬 사건을 비롯해 김학의 전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 고(故) 장자연 리스트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버닝썬 게이트’가 연일 이슈이긴 했지만 김학의 전 차관 사건과 장자연 씨 사건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더해 여성단체들은 세 사건을 합동 수사하는 특검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접점이 없던 이들 사건이 한 데 묶인 이유는 뭘까.
 
◇ 문재인 “‘빽’ 있는 사람들 면죄부... 검·경 책임져야”

문재인 대통령은 버닝썬·김학의·장자연 사건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며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사회 특권층에서 일어난 일이고, 수사 기관들이 고의적으로 부실 수사를 하거나 적극적으로 사건을 비호·은폐한 정황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검·경찰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힘 있고 ‘빽’ 있는 사람들에겐 온갖 불법과 악행에도 면죄부를 주고, 힘없는 국민은 억울한 피해자가 돼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면서 “이런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정의로운 사회를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이들 사건 모두 수사기관의 비호 및 유착 의혹이 있는 만큼, 더욱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 것이다.

실제로 김학의 전 차관은 피해자의 증언과 성접대 정황이 담긴 동영상까지 나타났지만, 검찰은 무혐의처분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동영상 원본까지 입수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및 민간연구소의 분석까지 받아냈던 경찰은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후 5년이 지난 지난해 1월, 당시 검찰이 사건을 무마한 정황이 뒤늦게 드러났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김학의 전 차관으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에게 “얼굴도 예쁘니 잊고 살으라”고 말했다.

고 장자연 씨 역시 사망 전 소속사 대표로부터 술접대와 성접대 강요를 받아왔다는 자필 문서를 남겼다. 문서에는 드라마PD 등은 물론, 언론인과 기업인, 심지어 국회의원의 명단도 포함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장자연 리스트’에 거론된 인물 중 어느 누구도 기소는커녕 수사조차 제대로 받지 않았다. 당시 유일하게 기소됐던 소속사 대표 또한 성매매 알선이나 성접대 강요 등의 혐의가 아닌, 장씨에 대한 폭행 혐의만 인정됐다.

폭력 사건에서 시작된 ‘버닝썬 게이트’ 역시 강남경찰서와 버닝썬 간의 유착 의혹에 이어 윤모 총경의 적극적인 비호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버닝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경찰 유착 의혹과 마약 유통 의혹, 성범죄 의혹, 탈세 의혹 등을 분담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 “경찰도 검찰도 못 믿어... 특검 도입해야”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여성단체에서는 아예 특검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이미 유착 의혹의 당사자인 검찰과 경찰로부터 같은 사안에 대한 수사를 맡기는 것은 진실규명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검찰과거사위 산하 진상조사단 단원 6명은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수사 검사의 외압에 대해 고발한 바 있다. 이들은 “법무부 과거사위원회 일부 위원이 조사 대상 검사의 책임을 지적하는 내용을 수정하거나 삭제할 것을 요구받았다”면서 “이는 위원회의 존재 의의를 의심하게 하는 언행”이라고 비판했다. 과거사위 조사단 총괄팀장인 김영희 변호사 또한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재조사 과정의 고충을 호소하기도 했다.

과거사위 조사단 총괄팀장인 김영희 변호사가 지난해 12월 1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검찰의 압력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뉴스룸 캡처
과거사위 조사단 총괄팀장인 김영희 변호사가 지난해 12월 1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검찰의 압력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뉴스룸 캡처

이에 한국여성민우회를 비롯한 한국여성단체연합 7개 지부는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버닝썬 사건의 경찰 유착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설치를 촉구했다.

여성단체들은 “정준영의 카카오톡 내화 내용을 제보한 공익제보자는 경찰과의 유착을 강하게 의심해 제보 내용을 경찰이 아닌 국민권익위원회로 넘겼다”면서 “버닝썬 경찰 유착 의혹은 물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에서 드러난 검찰의 작태를 감안할 때 공정한 수사 및 지휘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왜 신고를 할 수 없었는지, 신고를 하고도 왜 가해자가 처벌을 면했는지, 피해자들이 사법기관이 아닌 왜 거리에서 피해를 고발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 검찰도 경찰도 믿을 수가 없다. 이번만큼은 모든 사건을 묶어서 특검을 진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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