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가평군 설곡리 일대에 태양광 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주민들이 공청회나 의견 수렴 절차 없이 허가가 진행됐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 가평군 설곡리 일대에 태양광 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주민들이 공청회나 의견 수렴 절차 없이 허가가 진행됐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조용한 시골 마을이 ‘태양광 발전 시설’ 건립 추진 소식에 발칵 뒤집혔다. 주택과 농지가 밀집한 마을 한복판에 태양광 발전 시설이 들어선다는 사실에 주민들은 크게 당황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민들은 이 같은 내용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점에서 분노가 커지고 있다. 사전 고지는커녕 주민공청회 한 번 없이 사업이 추진돼서다. 분노한 주민들은 행정기관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강력한 저지 행동에 나선 상태다.

◇ 태양광 사업 인허가 관련 법조항 미비… 주민들 분통

가평군(군수 김성기)은 지난해 11월 27일, 설악면 설곡리 산 79, 154일대(2만3,000여m²)에 발전용량 1,500kw 규모의 태양광 발전설비 건설을 위한 개발행위를 허가했다. 해당 발전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업체(이하 A사)는 이에 앞서 지난 2018년 4월 경기도로부터 해당 사업에 대한 발전사업 허가도 취득했다.

문제는 마을 주민들이 이 같은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올 1월에야 발전설비 건설 계획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광 시설 개발 허가가 난 지 두 달 가까이 지난 후다.

마을 주민들은 가평군의 행정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일반 건축물이 아닌, 에너지 관련 설비가 건설되는데 주민 공청회 한 번 없이 허가가 났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태양광 시설은 마을 한가운데 들어서게 된다. 태양광 시설에서 반경 50m 거리에 6가구가 거주하고 있고, 직선거리 100m 내에 대다수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다. 대략 40여가구가 태양광 시설로 인한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을 처지에 놓였다. 특히 태양광 시설이 들어설 장소 인근에서 캠핑장을 운영하고 있는 주민의 경우, 발전설비를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어 빛 반사에 따른 직접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생계를 위해 군에서 허가를 내준 곳(캠핑장)이, 또 다른 허가시설(태양광 설비)로 인해 오히려 생계를 위협받을 처지에 놓였다”는 게 해당 주민의 호소다.

더욱이 태양광 시설이 들어서게 될 지역은 급경사 지구다. 경사도가 25도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100년도 넘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있어 산사태 등을 막아주고 있지만 공사를 위해 벌목할 경우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주민들은 주장이다. 실제 해당 산림지역 입구에는 가평군이 2016년 6월 설치한 ‘산사태 취약지역’이란 안내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상수원 오염에 따른 문제도 제기된다. 산에서 흐르는 계곡물을 집수해 만든 마을 상수원이 태양광 설비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데, 공사 과정에서 심각하게 오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설령 공사가 끝나더라도 태양광 패널을 약품으로 세척할 경우 수질오염으로 마을 주민의 건강이 위협받게 된다고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지역 실사도 건너뛴 채 허가를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져 나오는 배경이다.

태양광 시설이 들어서게 될 지역은 급경사 지구다. 경사도가 25도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해당 산림지역 입구에는 가평군이 2016년 6월 설치한 ‘산사태 취약지역’이란 안내 입간판(사진)이 세워져 있다. / 설곡리 태양광 발전설비 저지 비상대책위원
태양광 시설이 들어서게 될 지역은 급경사 지구다. 경사도가 25도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해당 산림지역 입구에는 가평군이 2016년 6월 설치한 ‘산사태 취약지역’이란 안내 입간판(사진)이 세워져 있다. / 설곡리 태양광 발전설비 저지 비상대책위원

◇ 가평군청 “법대로 처리, 문제없다” 

설곡리 태양광 발전설비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태양광 설비 같은 시설이 들어서는데도 가평군은 사전고지나 주민설명회 한번없이 허가를 내줬다”며 “이로 인해 자연경관과 환경훼손은 물론 주민들의 실생활에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커졌다. 군민들을 위한 행정을 펼쳐야 할 가평군이 오히려 군민들을 위험에 몰아넣고 있다. 이는 군민들을 철저히 무시하는 처사”라고 성토했다.

주민들은 태양광 설비 건설을 강력 반발하며 조직적인 철회 행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월말 마을 주민 120명의 서명을 받아 허가행위 철회 민원을 제기한데 이어, 지난 3월 15일 태양광 설비 사업(A사)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청회를 진행해 강력한 저지 투쟁 방침을 밝혔다. 마을 주민들은 이 자리에 가평군 관계자들도 초청했으나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가평군 측은 “법대로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현행법상 태양광 시설에 대한 허가는 도시개발 및 도시관리 등에 관한 사안이 아니며, 이에 따라 주민의견을 수렴해야할 대상 역시 아니라는 것이다.

가평군청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태양광 시설을 포함, 모든 건축물에 대한 허가 관련 사안은 공청회 대상이 아니다”라며 “최근 태양광 사업 관련 논란이 많아 지난해 11월 이를 반영한 조례가 신설돼 시행 중이지만 설곡리 태양광 시설은 예외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취재한 바에 따르면 가평군은 ‘태양광 발전시설 부지에 대한 개발행위허가 기준’ 조례를 신설하고 지난해 11월 5일부터 시행했다. △군수는 태양광발전시설에 대한 개발행위허가 시 사업시행 전 주민설명회의 개최를 권고할 수 있다는 내용과 △(태양광발전시설이) 주민들의 거주지 지적경계로부터 100미터 이내에 입지하지 아니할 것(제19조의2)’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가평군은 부칙을 통해 <‘태양광발전시설 부지에 대한 개발행위허가 기준’은 신설된 조례로, 해당 조례 시행 당시 태양광발전시설 부지에 대한 개발행위허가(개발행위 허가가 의제되는 허가·인가 등을 포함)를 신청 중인 경우와 개발행위 허가를 받아 공사 또는 사업을 시행 중인 경우 해당 개발행위에 대해서는 종전의 규정을 적용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쉽게 말해 11월 5일 조례 시행 당시, 허가 절차를 밟고 있던 설곡리 태양광 시설은 종전의 규정을 적용받아 공청회는 물론 개발행위허가 기준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 있었던 셈이다.

가평군청 관계자는 “태양광은 오염물 배출 시설이 아니다. 상수원 오염 역시 주민들의 과도한 우려”라며 “주민들과 계속 대화를 하고 있다. 다만 법에 문제없이 허가를 냈다 해서 주민들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규모나 피해방지 시설 등을 사업자 측에 전달하는 방법 등을 고려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평군 관계자의 설명에도 주민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은 향후 관계기관 민원제기를 비롯해, 가평군·경기도 상경시위, 공사금지가처분신청 등 법적소송 등 강력한 저지 투쟁방침을 밝히고 있어 향후 태양광 발전 시설을 둘러싼 갈등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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