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이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이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이 25일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에 대한 동향 파악 및 사표를 강요한 혐의다.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로 불린다. 결과에 따라 검찰의 향후 수사는 물론, 정권차원의 도덕성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폭발적 사안임은 분명하다.

김은경 전 장관은 말을 아꼈다. 이날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한 그는 “최선을 다해서 설명드리고 재판부의 판단을 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느냐’ 등 예민한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검찰이 문재인 정부 출신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문재인 정부 치명상 입을까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폭로에서 시작됐다. 김 전 수사관은 지난해 12월 “특감반 근무 당시 환경부에서 8개 산하기관 임원 24명의 임기와 사표 제출 여부가 담긴 문건을 받아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주장했었다. 문건에는 몇몇 임원들의 임기와 사표제출 여부 등의 정보가 담겨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청와대가 공공기관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증거라고 판단, 김 전 차관 등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 1월 김 전 장관의 집을 압수수색 했으며, 소환조사 및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블랙리스트 작성에 윗선의 개입, 산하기관 임원 임명에 청와대와 환경부의 접촉 정황 등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전 장관에게 업무방해·권리남용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춘추관에서 브리핑하고 있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뉴시스
춘추관에서 브리핑하고 있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뉴시스

청와대는 ‘블랙리스트’라는 프레임 자체를 부정하는 등 격하게 반발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20일 개인명의 논평을 통해 “블랙리스트의 부정적 이미지가 우리들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아 있는데, 문재인 정부의 인사정책에 그 딱지를 갖다 붙이고 있다”며 “블랙리스트란 용어를 사용하는데 신중을 기해 달라”고 말했었다. 또한 대상이 공적 인물이었으며, 숫자도 24개 직위에 불과했고, 무엇보다 리스트 작성 지시가 없었다는 점에서 합법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 ‘전 정권’ 사례들며 사법부 압박

22일에는 “장관의 인사권과 감찰권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겠다”면서 “과거 정부 사례와 비교해 균형 있는 결정이 내려지리라 기대한다”며 이례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메시지의 내용 자체는 ‘관망’이었지만, 전정부와의 비교를 했다는 점에서 사법부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된다. 청와대의 이 같은 입장은 김경수 전 지사에 대한 사법부 판결 이후 두 번째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 여부가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부가 받아들일 경우, ‘윗선’인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는 “수사 진행을 지켜보겠다”고 했지만 불편한 심기는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칫 정권 차원의 도덕성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청와대 밖에서도 검찰과 사법부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검찰은 과거에는 왜 권력기관을 동원한 노골적인 임기제 공무원의 축출이 불법이 아니었는지 설명해야할 것”이라며 “(과거 정권에서는) 불법도 그런 불법이 없었다. 한마디로 무법천지였다. 검찰은 불법을 눈감았고 언론은 불법을 이해했다”고 지적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장관의 인사권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면서 영장청구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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