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논란에 휩싸였던 KEC그룹이 심각한 사외이사 실태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잇단 논란에 휩싸였던 KEC그룹이 심각한 사외이사 실태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회계처리기준 위반, 오너일가 소유 페이퍼컴퍼니 의혹 등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는 KEC그룹이 심각한 사외이사 실태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KEC그룹은 반도체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곳으로, 상장사는 한국전자홀딩스와 KEC가 있다. 두 회사는 나란히 1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는데, 이들의 이사회 출석률은 낙제점 수준이다.

먼저 한국전자홀딩스의 김수원 사외이사는 지난해 15차례 열린 이사회 중 딱 한 번만 모습을 나타냈다. 이사회 출석률이 7%다. KEC의 이명희 사외이사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16차례 열린 이사회 중 단 한 번만 참석해 6%의 출석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불성실한 이사회 출석률은 비단 지난해만의 일이 아니다. 김수원 사외이사는 2017년 12%(16차례 중 1차례 참석), 2016년 3%(32차례 중 1차례 참석), 2015년 9%(24차례 중 3차례 참석)의 이사회 출석률을 기록했다. 이명희 사외이사 역시 2017년 18%(17차례 중 3차례 참석), 2016년 11%(27차례 중 3차례 참석), 2015년 17%(12차례 중 2차례 참석)의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을 이어오고 있다.

사외이사의 핵심 역할은 오너 및 경영진을 견제·감시하며 주주들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이사회 참석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사외이사들이 불성실한 이사회 출석률을 이어가는 사이, KEC그룹은 적잖은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먼저, 한국전자홀딩스는 지난 1월 회계처리기준 위반이 적발돼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대표이사 해임 권고 조치를 받았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주요 종속회사를 연결재무제표 작성 대상에서 제외한 것 등이 적발된 것이다.

또 지난 2월엔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전국금융산업노조, 전국사무금융노조 등과 함께 곽정소 KEC그룹 회장 일가가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두고 자금을 빼돌리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곽정소 회장의 일본인 부인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홍콩 페이퍼컴퍼니가 KEC의 거래사를 통해 막대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와 유사한 의혹은 앞서 지난 2012년에도 KEC노조를 통해 제기된 바 있으며, 당시 국세청은 12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KEC그룹을 둘러싼 이 같은 논란과 관련해 사외이사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오너 및 경영진을 견제·감시하는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다가오는 정기 주총에서 또 다시 재선임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전자홀딩스와 KEC는 오는 27일 나란히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현재 재직 중인 두 사외이사를 재선임할 예정이다.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대표이사가 해임 권고를 받고 물러나고 오너일가를 둘러싼 의혹까지 제기됐지만, 이를 수수방관해온 사외이사를 다시 선임하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KEC그룹 관계자는 “경영상 중요한 의사결정이 아닌, 지급보증 등 금융과 관련된 사안의 경우 굳이 사외이사가 참석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한 달에 한 번 정도씩 사외이사와 함께 경영회의를 열고, 이슈가 있을 때마다 의견을 나누곤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서면으로 이사회를 진행하는 등 이사회 출석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