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가 임박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검찰의 재수사 권고 의견으로 법무부 장관에 보고하기로 결정했다. / JTBC 화면 캡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가 임박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재수사 권고 의견으로 법무부 장관에 보고하기로 결정했다. / JTBC 화면 캡처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별장 성접대 의혹으로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은 것은 단 두 차례다. 경찰의 방문조사, 검찰의 비공개 조사가 전부였다. 때문에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의혹이 제기된 지 일주일 만에 신변을 정리하면서 언론의 접촉도 끊었다. 무대응 전략이었다. 그의 고집은 계속 됐다. 최근 재조사에 나선 검찰 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단(이하 진상조사단)의 소환도 불응했다.

◇ 출국장서 6년 만에 모습 드러내… “면목 없다”

그렇다면 김학의 전 차관은 어디에 있을까. 일단 자택은 아니다. 변호사로 일했던 서울 강남의 사무실에도 발길을 끊은 지 오래다. 취재진의 방문이 부담돼 거처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강원도의 한 사찰이 임시 거처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하지만 언론에서 포착한 그의 위치는 인천국제공항이었다. 지난 23일 0시20분 태국 방콕으로 출국하려다 긴급출국금지 조치로 제지당했다.

간발의 차이였다. 김학의 전 차관이 출국 심사대를 통과한 사실이 진상조사단 파견 검사에게 전달되고, 파견 검사가 긴급출국금지 요청서를 서면으로 법무부에 발송해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기까지 4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조사단이 김학의 전 차관의 해외 도피 가능성을 열어두고 예비용으로 요청서를 미리 작성해뒀던 것이 유용하게 쓰였다. 김학의 전 차관은 뒤늦게 “면목이 없다. 해외로 도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밝혔다.

김학의 전 차관은 25일 중앙일보에 <긴급출국금지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전달하며 “64세의 나이에 어디로 도피한다는 말이냐. 죽어도 조국에서 죽어 조국에 뼈를 묻을 생각이다. 어리석은 판단에 후회하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방콕행은 일종의 휴식이었다. ‘심신이 너무나도 지쳐있는 상황’이었고, ‘법적으로 하자가 없어 출국이 가능하다고 믿었다’는 것. 하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김학의 전 차관이 태국 방콕으로 출국하려다 탑승 마감 2분을 앞두고 발길을 돌렸다. 긴급출국금지 조치 때문이다. 사실상 검찰의 신병 확보로 보인다. / JTBC 화면 캡처
김학의 전 차관이 태국 방콕으로 출국하려다 탑승 마감 2분을 앞두고 발길을 돌렸다. 긴급출국금지 조치 때문이다. 사실상 검찰의 신병 확보로 보인다. / JTBC 화면 캡처

같은 날 검찰 과거사위원회 정한중 위원장 대행은 정부과천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김학의 전 차관에게 공개적으로 “전직 고위 검사가 조사에 협조는커녕 심야 출국이라니 도대체 국민들을 무엇으로 보고 그랬느냐”고 물었다. 과거사위는 진상조사단으로부터 김학의 전 차관이 연루된 성접대 사건 관련 보고를 받은 뒤 재수사를 권고하기로 의결했다. 이제 법무부 장관의 최종 판단에 따라 검찰의 정식 수사 여부가 결정된다.

이미 법조계에선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재수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사실상 세 번째 수사 착수다. 앞서 진행된 검찰 수사는 모두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이에 따라 다시 한 번 수사를 재개한다는데 반론도 적지 않았으나, 진상조사단에서 의미 있는 단서를 포착한데다 비난 여론이 높아 재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이날 진상조사단은 특수강간 혐의 대신 뇌물 수수 혐의를 전면에 내세워 검찰의 재수사 필요성을 보고했다. 뇌물 혐의는 2013년 수사 당시엔 적용되지 않았다.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사건의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 씨가 성접대는 물론 금품을 건네며 전방위 로비를 펼친 것으로 의심된다. 당사자 또한 성접대는 인정한 상태다. 문제는 뇌물 액수다. 공소시효(15년)를 고려할 때 처벌할 수 있는 뇌물 액수는 1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향후 수사 과정에서 김학의 전 차관의 계좌 추적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성 범죄 및 수사기관 외압 의혹에 대해서는 조사를 더 진행한 뒤 과거사위에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사건 발생 당시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외압 의혹과 검찰 지휘부의 권한남용 의혹이 새롭게 제기된 상태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박근혜 정권은 김학의 전 차관의 비위 사실을 파악하고도 법무부 차관에 지명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민갑룡 경찰청장은 “검찰 재수사나 진상규명 과정을 통해 확인될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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