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 사건 관련 사실상 재수사가 결정되면서 박관천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씨가 핵심 증인으로 떠올랐다. / 뉴시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 사건 관련 사실상 재수사가 결정되면서 박관천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씨가 핵심 증인으로 떠올랐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재수사를 권고한 이른바 ‘김학의 사건’의 핵심 혐의는 두 가지다. 바로 뇌물 수수와 수사 외압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성접대 외에도 수 천 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는 것. 그리고 성접대 동영상 관련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내사에 들어가자 당시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외압을 가했다는 게 과거사위 측의 주장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김학의 전 차관의 임명을 강행한 배후설도 확인될 수 있다.

◇ 윤중천 진술에 김학의 계좌 털릴 듯

5년만의 세 번째 수사다. 앞서 검찰은 김학의 전 차관을 대상으로 특수강간 혐의에 대한 수사를 두 차례에 걸쳐 진행했으나 모두 무혐의로 결론을 내렸다. 이에 과거사위는 재수사 권고에서 특수강간 혐의를 제외하고, 그간 다루지 않았던 뇌물과 외압 의혹을 전면에 내세웠다. 수사의 진척과 처벌을 위한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특수강간 혐의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데다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만큼 진상조사단에서 추가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이번 재수사에서 핵심 증언은 건설업자 윤중천 씨와 박관천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부터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실제 윤씨의 증언은 김학의 전 차관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하는데 결정타가 됐다.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윤씨가 2005년부터 2012년 사이 김학의 전 차관에게 수 천 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사실을 털어놨다. 다만 윤씨는 “친분에서 돈을 준 것”이라며 대가성은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학의 전 차관이 태국 방콕으로 출국하려다 긴급출국금지 조치로 발길을 돌렸다. 사실상 검찰의 신병 확보로 보인다. / JTBC 화면 캡처
김학의 전 차관이 태국 방콕으로 출국하려다 긴급출국금지 조치로 발길을 돌렸다. 사실상 검찰의 신병 확보로 보인다. / JTBC 화면 캡처

윤씨의 진술에 따라 김학의 전 차관의 계좌 추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른 파문도 예상된다. 윤씨 외 예상하지 못했던 뇌물공여자가 등장할 수 있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 ‘성접대(별장 성폭행)’만 뇌물로 인정했던 지난 수사에선 계좌 추적이 없었다. 뇌물 수수액이 1억원 이상으로 확인되면 공소시효가 15년으로 처벌이 가능해진다.

박관천 전 행정관의 경우 청와대 외압 의혹의 정점에 있다. 김학의 전 차관의 성범죄 가능성을 인지한 청와대가 경찰 수사를 막기 위해 압력을 넣는 과정에서 박관천 전 행정관이 등장한다는 것. KBS는 사건이 발생한 2013년 3월 당시 수사 실무 책임자의 증언을 토대로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첩보를 확인한 직후 경찰청 수사국 최고 책임자(당시 김학배 수사국장)가 ‘청와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수사 착수에 부담을 토로했다”고 보도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박관천 전 행정관이 경찰청을 직접 찾았다. 수사 실무 책임자는 KBS를 통해 “(박관천 전 행정관이) 엄지손가락을 치켜 보이면서 ‘이분의 관심 사안이다, 굉장히 부담스럽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경찰 측의 주장을 종합하면, 경찰은 김학의 전 차관의 임명 일주일 전에 구두로 청와대에 내사 사실을 전달한데 이어 서면으로 다시 한 번 보고했다. 그럼에도 김학의 전 차관이 임명되자 청와대에 찾아가 세 번째 얘기를 전했다.

◇ 또 최순실… 김학의 임명 배경 뒷말

이에 대해 박관천 전 행정관은 부인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그의 보고 라인이었던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도 외압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오히려 경찰이 허위 보고를 했다고 반박했다.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검증 기간 동안 내사 관련 언급이 없다가 임명 다음날 성접대 동영상 확보를 알리며 뒤통수를 때렸다는 것. 두 사람은 사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과 민정수석을 지냈다.

다만 조응천 의원은 김학의 전 차관의 임명을 앞두고 “의혹이 사실이라면 엄청난 부담이 된다”는 취지의 검증보고서를 작성했다가 이를 보고받은 청와대로부터 질책을 받은 사실을 털어놨다. 청와대가 김학의 전 차관의 성범죄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임명을 강행한 셈이다. 앞서 박관천 전 행정관은 진상조사단에 출석해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가 김학의 전 차관의 임명에 관여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수사의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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