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조선이 홈페이지를 통해 20만 장을 발급했다고 주장한 블록체인 기반 자유조선 비자. /자유조선 홈페이지 캡쳐.
자유조선이 홈페이지를 통해 20만 장을 발급했다고 주장한 블록체인 기반 자유조선 비자. /자유조선 홈페이지 캡쳐.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이른바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침입 사건’을 자신들이 주도했다는 단체가 나와 주목된다. ‘자유조선’은 27일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마드리드에 관한 사실들’이라는 영문글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자유조선은 “현재의 평양 정권이 운영하는 각국 대사관은 자국의 이익에 봉사하고 국제규범을 존중하는 합법적인 정부의 외교·상업·문화 전초기지와는 다르다”며 “불법마약과 무기 밀 거래의 중심지이며 사이버 공격과 도둑질, 암살, 납치를 위한 발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평양 정권은 단순하고 거대한 범죄기업일 뿐”이라고도 했다.

다만 “습격(attck)은 아니었고, 마드리드 대사관의 긴급 상황에 대응한 것”이라며 “우리는 대사관에 초청됐고, 보도 내용과 달리 재갈을 물리거나 폭행한 사실이 없다. 스페인에 대한 존중에서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스페인 당국에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습득한 정보를 미 연방정보국(FBI)과 공유했다고도 밝혔다. 자유조선은 “돈이나 이익을 기대하는 어떠한 단체들과도 마드리드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지 않았다”며 “비밀유지 합의 하에 엄청난 잠재가치가 있는 특정 정보를 FBI와 공유했다. 정보는 그들(FBI)이 요구했으며 우리의 자발적 의지는 아니었다”고 적었다.

자신들에 대한 정보가 보도된 것에 대해서는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들은 “일부 언론이 미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마드리드 사건과 관련자들의 정체성에 대해 추측성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며 “그 정보가 언론에 유출 된 것은 신뢰의 배반이다. 우리는 언론에 직접 말하거나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우리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평양정권을 도우려는 것”이라며 “신뢰의 배반은 수백만 명의 고문과 살상을 저지른 정권에 대한 정치적 편의를 제공하는 혐오스러운 행위”라고 비난했다.

스페인 고등법원이 공개한 바에 따르면, 미국인과 한국인 등으로 구성된 괴한 열 명이 주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에 침입해 관계자들을 폭행하고 결박했다. 범행 전 탈북을 희망하는 대사관 관계자와 접촉한 정황도 포착됐다. 특히 이들은 대사관을 빠져나와 포르투갈을 거쳐 뉴욕에 들어가 FBI와 접촉했으며, 대사관에서 가져온 음성과 영상 자료 등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조선’은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을 구출했다고 자처하는 ‘천리마 민방위’가 이름을 바꾼 조직이다. 지난 3.1절을 기념해 ‘자유조선’으로 이름을 바꾸고 북한 임시정부 수립을 선언했으며 홈페이지를 통해 20만 장의 블록체인 비자를 발급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의 조력을 받는 탈북자 조직이라는 추측이 있지만 정확한 소재지나 구성원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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