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가 출시한 병사용 요금제가 논란이다. 요금 구간별 데이터 제공량 격차가 큰 탓이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통신3사가 출시한 병사용 요금제가 논란이다. 요금 구간별 데이터 제공량 격차가 큰 탓이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통신사의 요금제 설계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요금 간격 대비 데이터 제공량 격차가 큰 탓이다. LTE 요금제부터 최근 출시된 병사 전용 요금제까지 모두 같은 방식으로 설계되고 있다. 5G 요금제도 같은 방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2만원만 더 내면 데이터 100GB 이상을 사용할 수 있어 고가 요금제 유도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 병사 전용 요금제 내놓은 통신3사

통신사가 지난해부터 신규 요금제를 출시하고 있다. 기존 요금제 대비 데이터 혜택을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최근에는 군 병사들을 위한 맞춤형 요금제도 선보였다. 오는 4월부터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해지는 병사들을 위한 결정이다. 

통신3사는 4월 1일 관련 요금제를 정식 출시한다. 통신사별로는 △SK텔레콤 ‘0히어로’ △KT  ‘Y군인 요금제’ △LG유플러스 ‘현역병사 데이터 요금제’ 등이다. 

SK텔레콤은 ‘0플랜 히어로’, ‘0플랜 슈퍼히어로’ 총 2종의 전용 요금제를 선보인다. 히어로 요금제는 월 3만3,000원에 6GB를 제공한다. 데이터 소진 시 1Mbps 속도로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슈퍼히어로는 월 5만5,000원에 100GB의 데이터를 제공한다. 데이터를 다 사용하면 5Mbps 속도로 제어된다. 

KT와 LG유플러스는 월 3만3,000원에 월 2GB와 더불어 매일 2GB를 제공한다. 제공량 소진 시 3Mbps 속도로 낮아진다. 단, LG유플러스는 3만원대 요금제와 함께 ‘현역병사 데이터 요금제 55’도 출시한다. 월 5만5,000원에 데이터 일 5GB를 제공한다. 소진 후 5Mbps 속도로 계속 이용이 가능한 요금제다. 

◇ 영화 한 편도 못 보는 ‘병사 전용 요금제’… 숨은 의미는

세부 내용은 3사 모두 비슷하다. 문제는 통신3사가 내놓은 요금제간 데이터 격차다. 2만2,000원 차이에 데이터 제공량은 88GB에서 최대 94GB까지 벌어진다. 통신사는 고객이 2만원만 추가해 높은 요금제를 고르면 94GB의 데이터를 더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한, 월 3만원대 요금제에 내건 조건도 문제다. KT와 LG유플러스는 월 단위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고 일 제공 방식으로 병사들의 데이터 사용을 제한했다. 하루 기본 제공량은 2GB 수준이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HD 화질 동영상 스트리밍 조건으로 1시간짜리 TV프로그램 혹은 영화를 시청할 경우 소모되는 데이터량은 최대 3GB 정도다. 최상 화질 설정 시 20분당 1GB, 시간당 최대 7GB까지 사용된다. 

통신3사가 ‘병사만을 위한’ 신규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영화 한 편도 제대로 보지 못하도록 데이터를 제한했다는 의미다. 화질이 HD급 보다 떨어지는 표준 화질 동영상으로 시청할 경우 1시간에 1GB가량의 데이터를 소모하게 되지만 이 역시 통신사가 설정한 일 제공량(2GB)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통신사가 월 30만원 수준의 월급을 받는 병사들을 상대로 고가요금제를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재 병사의 월급은 이병 기준 30만6,100원이다. 일병 33만1,300원, 상병 36만6,200원, 병장 40만5,700원 등이다. 이병이 월 5만원대 요금제를 사용하게 되면 월급의 18%를 통신비로 지출하게 된다. 과하다는 지적이다.

◇ 판매점 고가 유도 막으니 데이터로 고가 유도… 여전한 통신3사

통신사의 고가 요금제 유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통신사가 지난해 출시한 신규 LTE 요금제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나온 바 있다. SK텔레콤 기준 월 5만원 요금제에서 월 1만9,000원만 더 지불하면 94GB의 데이터를 더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KT, LG유플러스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상황은 유통망의 고가요금제 유도 방식이 요금제로 이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단속, 제재 등으로 일선 대리점 및 판매점의 고가요금제 중심의 판매를 지속할 수 없게 되자 요금제 설계 등으로 수익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내달 출시될 5G 요금제 역시 같은 방식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5만원대 요금제와 7만원대 요금제의 데이터 격차를 140GB 이상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참여연대는 지난 26일 성명을 통해 “소비자들을 고가요금제로 유도하고 있다”며 “지금도 LTE 요금제의 데이처 격차는 최대 66배에 달한다. LTE 요금제에서 이어지고 있는 데이터 차별 문제를 개선해야 5G 요금제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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