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하는 날에는 항상 의원회관 8~9층을 찾는다. 경호차량을 얼마나 대동하고 오는지 고지대에서 세어보기 위해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했던 지난해 11월에는 대략 6~7대의 경호차량이 동원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같이 세어보던 한 의원실 보좌관은 ‘많이 줄었네’하며 무심하게 넘겼다.

이런 습관이 생긴 것은 2014년부터다. 박근혜 대통령이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하기로 예정한 시기다. 당시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국회 본청 앞에서 거주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던 터여서 그 만남에 관심이 쏠렸었다. 현장통제 때문에 근접이 어려워 평소 알고 지내던 새누리당 의원실에 연락해 높은 곳에서 지켜보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하며 따라붙은 차량은 SUV, 스와트팀, 버스 등 13대나 됐다. 하나 둘 세던 보좌관은 혀를 끌끌차며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를 방문하면서, 중대단위 병력을 동원하면 국민들이 참 좋아라하겠다”라고 한탄했다. 상식적인 경호 기준을 몰랐던 기자는 “이게 많은 거에요?”라고 물었고, “과거 귄위주의 대통령급”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회방문시 이뤄진 경호는 과도한 측면이 있었다. 누가 봐도 ‘나 대통령 경호원이요’하는 인원들이 무장한 채 동서남북 네 개의 문 앞에서 순찰을 했으며, 각층 비상구마다 최소 2명씩 무장병력이 배치됐다. 실탄장전 여부는 알 수 없지만, 탄창이 결합된 기관총과 함께였다. 계단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일일이 출입증을 패용해 보여줘야 했는데, 군대를 다녀온 기자가 보기에도 이는 위협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이중 삼중의 경호 속에 국회를 빠져나가고 있는 박근혜 2014년 당시 대통령. /뉴시스
이중 삼중의 경호 속에 국회를 빠져나가고 있는 박근혜 2014년 당시 대통령. /뉴시스

당시에도 과잉경호 논란은 있었다. 청와대 만큼 엄격하진 않지만, 국회도 통제된 공간이다. 출입증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으며, 외부손님은 방문 장소와 목적을 밝히고 임시출입증을 발급받아야 출입이 가능하다. 더구나 대통령이 방문하는 시각에는 외부손님도 거의 없다. 세월호 유가족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시 경호규모는 이후에도 유지됐다. 그나마 복도 무장병력과 출입문 사복경호원이 보이지 않은 것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였다. 청와대 앞 도로가 개방되고 경찰이 검문을 하지 않고 있는 것 역시 문재인 정부부터 달라진 점이다.

그런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대구 칠성시장 방문을 두고 과잉경호 논란이 일고 있다. 사복 경호원이 기관총을 노출한 것은 경호수칙을 위반한 것이며, 대구시민들에게 위화감을 줬으니 사과를 하라는 것이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표방하며 퇴근길 청년들과 소주한 잔 하고 싶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비춰보면 다소 과도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 정부의 경호 등과 비교했을 때, 이번이 특별했던 것이 아닌 관행에 가깝다. 아마도 대통령이 누구였든 간에 지역 현장방문 때는 같은 형태로 경호가 이뤄졌을 공산이 크다. 경호수칙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청와대는 “교과서적 대응”이라며 억울하다는 뉘앙스다.

그렇다면 왜 하필 문 대통령의 대구 행사에서 이 같은 문제가 불거졌을까. 대구는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세가 강한 지역으로, 전국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가장 낮은 곳이다. 대통령의 방문으로 혹여 민심이 긍정적으로 변할까 우려해 정치적 의도가 들어간 것은 아닐까.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만약 이번 과잉경호 논란의 본질이 지역갈등에 터잡은 정치적 이익을 노린 공세라면 서글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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