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공수처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하자는 바른미래당의 제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사진은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의 모습. /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공수처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하자는 바른미래당의 제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사진은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의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의 권한을 놓고 정치권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부여해야 한다는 원안을 고수하고 있고, 바른미래당은 기소권을 떼어내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은 공수처 설치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원안대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는 공수처에 기소권이 없다면 ‘허수아비’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우려에서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수처를 도입하게 된 취지가 있는데, 바른미래당의 경우처럼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한다면 본래 검찰을 견제하려고 했던 주도적인 취지에 상당히 후퇴하는 것이라 이를 수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많은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이 위원장은 “(공수처는) 소위 대통령과 그 주변 청와대 사람들, 국회의원, 장·차관, 판·검사 등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그동안 검찰과 경찰이 제대로 역할을 못했고 수사나 기소 여부 행사를 잘 못했기 때문에 고위공직자에 한정해서 수사와 재판에 회부하는 공소권을 부여토록 해서 척결하겠다는 취지인데, 기소권은 검찰에 그대로 둔다면 그동안 검찰이 못했던 부분에는 어떻게 제도적 장치를 둘 것인지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 여론은 공수처 설치 찬성 쪽이 압도적으로 높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6일 실시해 2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공수처 설치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65.2%(매우 찬성 46.1%, 찬성하는 편 19.1%)로 집계됐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23.8%(매우 반대 12.9%, 반대하는 편 10.9%)였다.

바른미래당의 주장인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에 대해서는 반대 여론이 높았다. ‘매우 반대’(34.3%)와 ‘반대하는 편’(25.1%)이라고 답한 반대 응답은 총 59.4%였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매우 찬성’(10.4%)과 ‘찬성하는 편’(17.1%)을 합해 27.5%였다. 모름·무응답은 13.1%였다.

◇ 민주, 바른미래와 협상 통해 절충안 제시할 듯

다만 민주당이 이런 여론을 등에 업고 공수처 원안 처리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이 공수처 설치를 원천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수처법 통과를 위해서는 바른미래당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데다, 민주평화당도 바른미래당의 ‘기소권 없는 공수처’에 힘을 싣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제도 개혁안과 함께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리기 위해서는 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 등 야3당과의 공조가 필수적이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고위 공직자 5,500명의 일상생활을 24시간 들여다보는 공수처의 존재만으로도 공직사회는 획기적 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지금 바른미래당이 수사권만 가진 공수처를 하자고 해서 청와대와 민주당이 반대하는 국면인데, (저희당의) 당론을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여러 의원들이 수사권만 있는 공수처로도 의미가 있다고 하셨다.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20년 동안 제자리만 맴돌던 공수처가 또 기소권, 수사권 논란으로 물밑에 가라앉는 것을 막기 위해 수사권만이라도 가진 공수처의 출발이 급하다”고 덧붙였다.

법무부장관을 역임한 같은 당 천정배 의원 역시 이날 “강력한 수사권을 가진 공수처가 기소권까지 갖게 될 경우 비판세력에 대한 탄압의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에도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바른미래당의 주장에 무게추를 실었다. 그는 “공수처와 유사한 공직자 부패 수사기관을 두고 있는 나라들 대부분이 기소권을 제한하고 있는 이유를 정부여당은 더 숙고해봐야 한다”며 “참여정부 당시의 고비처(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안이 고비처가 수사해 검찰에 송치하도록 하되 다만 고비처장이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재정신청 권한을 갖도록 만들어졌던 것도 이 같은 우려를 감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개특위 내 여당 관계자는 “공수처에 수사권만 부여하자는 바른미래당의 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추후 협상 과정에서 공수처 내의 기소·수사 기능을 분리하거나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논의를 하는 방향으로 진행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용된 여론조사는 지난 26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6.3%다. 무선 전화면접(10%)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통계보정은 2019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이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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