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추가제재를 철회한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 일정을 잡는 등 북한과 대화의사를 거듭 피력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추가제재를 철회한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 일정을 잡는 등 북한과 대화의사를 거듭 피력하고 있다. /AP-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사실상 리비아식 비핵화를 요구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리비아식이란 핵무기를 반출하고, 핵시설 폐기와 기술자 민간전환 등 완전하고 포괄적인 비핵화 후 미국의 상응조치가 이뤄지는 방식을 뜻한다.

30일(현지시각) 미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핵뿐만 아니라 생화학 무기와 탄도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모든 프로그램 폐기를 요구하며 빅딜 문서를 건넸다. 빅딜문서에는 ▲핵 신고 및 사찰 허용 ▲핵 활동과 시설물 신축 중단 ▲핵무기와 설비 미국으로 반출 ▲핵 기술자 민간 전환 등 네 가지 사항이 담겨있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빅딜 문제를 건넸다는 사실은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한 차례 언급한 바 있다. 볼턴 보좌관은 “‘빅딜’ 문서를 북한 측에 제시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북미회담의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와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를 의미하는 빅딜을 북한이 수용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것”이라고 했었다.

이는 ‘선 핵폐기, 후 보상’이라는 리비아식 해법과 매우 비슷한 것으로 평가된다. 리비아의 카다피는 2003년 12월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중지하고 2004년부터는 원심분리기와 미사일 등을 미국에 반출했었다.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고 있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의 구체적인 모습이 일부 드러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물론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를 요구하며 일괄타결식 빅딜은 거부하겠다는 의사가 분명하다.

양측의 입장 차로 인해 회담이 결렬된 후 약 한 달간 냉각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유화적인 제스처가 미국에서부터 조금씩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재무부의 추가제재 철회를 결정하며 “북한 사람들은 굉장히 고통받고 있다. 그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위로 아닌 위로를 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과 오는 11일 정상회담을 갖고 비핵화 외교를 재개한다. 청와대는 한반도 평화체제 확립을 위한 남북미 탑다운 외교의 복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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