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노영민 비서실장 등 참모들을 소집해 두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불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노영민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들을 소집해 두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불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과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했다. 자진해서 사의를 표명했던 후보자들은 있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지명을 철회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3월 31일 브리핑을 통해 “조동호 후보자는 해외 부실 학회에 참석한 사실을 본인이 밝히지 않았고 교육부와 관련 기관의 조사에서도 드러나지 않았기에 검증에서 걸러낼 수 없었다”며 “해외 부실 학회 참석 사실이 사전에 확인됐다면 후보 대상에서 제외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짓말’이 철회의 이유였던 셈이다.

◇ 김의겸 사의표명 후 결단

이와 관련해 윤 수석은 “(후보자가 될 때) 서약서를 쓰게 된다. 거기에서는 ‘사실과 다른 답변을 할 경우에는 관련 내용을 공표할 수 있다’고 돼 있고 그런 기준들이 적용돼 지명절차를 밟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인사검증 과정에서 허위로 답하거나 관련 사실을 숨긴 경우 공직임용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내용의 원칙을 세운 바 있다.

이에 앞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과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최 후보자의 경우 서울 강남과 경기 분당 등 다주택자로서 지명 직후부터 논란이 적지 않았다. 야권은 물론이고 여권에서도 최 후보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런 와중에 김 대변인이 재개발 지역 약 25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매수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불법성은 없었다지만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하던 시기에 청와대 대변인이 정부 기조와 반대로 움직였다는 점에서 시선이 곱지 않았다. 이에 김 대변인은 끝내 사의를 표명했고, 청와대가 직접 사퇴를 요구한 것은 아니지만 최 후보자도 버티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 북미중재 전 개각 완료 목적

왼쪽부터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최정호 전 국토부 장관 후보자, 조동호 전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 /뉴시스
왼쪽부터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최정호 전 국토부 장관 후보자, 조동호 전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 /뉴시스

결정은 문재인 대통령이 내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김 대변인의 사의표명 다음날인 3월 30일 노영민 비서실장 등 주요 참모들을 소집해 임명 불가 방침을 정했다. 임명을 고수할 경우 민심이 악화될 수 있고, 야권의 공세로 청와대 검증라인까지 논란이 번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정국 경색으로 법안처리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후보자의 자격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고 표현했다.

무엇보다 북미 중재에 집중해야할 시기가 다가오면서 국내상황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오는 11일 워싱턴D.C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후 남북정상들의 판문점 회동 가능성도 언급된다. 따라서 그 전에 개각을 마치고 국정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으려 결단을 내렸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인사 관련 전격적인 조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월 김현철 경제보좌관이 “50~60대는 험한 댓글을 달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자, 하루 만에 사실상 경질한 바 있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여론이 돌아섰다고 판단이 되면 질질 끌지 않고 빠르게 결단을 내리는 게 문 대통령의 스타일”이라고 봤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도 “인사교체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다”고 평가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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