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재무적투자자들과의 풋옵션 행사 관련 분쟁으로 위기에 몰렸다./대한문화재단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재무적투자자들과의 풋옵션 행사 관련 분쟁으로 위기에 몰렸다./대한문화재단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한때 든든한 우군이었던 재무적 투자자(FI)와 사이가 틀어지면서 경영권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투자금 회수 지연에 따라 갈등이 불거진 것인데, 풋옵션(지분을 일정 가격에 되팔 권리) 행사 가격을 둘러싸고 양측의 입장차는 첨예하다. 특히 FI들은 지난달 대한상사중재원에 풋옵션 이행과 관련한 중재 신청을 하면서 갈등은 더 고조된 모양새다.  

◇ 극단으로 치닫는 FI와 분쟁… 중재분쟁으로 비화 

신창재 회장은 국내 생명보험사 가운데 유일한 오너 최고경영자다. 신 회장은 고(故) 신용호 교보생명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의과대학 교수로 일하다 1996년 교보생명 부회장에 선임되면서 경영에 첫발을 내딛었다. 2003년 신 창업주의 별세 후 경영권을 이어받아 지금까지 회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신 회장은 경영 참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해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우군으로 포섭한 FI들과 사이가 벌어지면서 문제가 생겨났다.

교보생명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교보생명 지분 24%를 매각하면서 경영권을 위협당할 처지가 되자 FI를 유치했다. 당시 어피니티와 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 구성된 FI들은 교보생명 지분 24%(492만주)를 주당 24만5,000원, 총 1조2,054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맺고 주식을 매입했다. 이들은 당시 투자금 회수를 위해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 회장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을 계약에 넣었다. 

그런데 2015년까지 IPO까지 이뤄지지 않으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FI들은 투자금 회수를 위해 교보생명을 IPO 추진을 재촉했지만 신 회장 측은 보험업황 변화를 고려하며 장고를 거듭했다. 결국 FI들의 인내심도 바닥이 났다. FI는 지난해 11월 신 회장을 상대로 2조122억원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하는 강수를 뒀다. 풋옵션 행사가격은 주당 40만9,000원에 달했다. 

이에 교보생명 측은 지난해 말 뒤늦게 IPO 추진을 결정했지만 양측의 협의는 접점을 찾지 못했다. 공모가가 20만원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FI들은 풋옵션 행사를 고수했다. 신 회장 측은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통한 유동화안, FI 지분의 제3자 매각안, 기업공개(IPO) 이후 차익보전 등 세 가지 협상안을 새롭게 제시했지만 이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결국 지난달 20일 FI들은 대한상사중재원에 풋옵션 이행에 대해 중재신청을 했다. 

갈등의 핵심에는 가격 인식차가 자리 잡고 있다. 풋옵션을 행사한 FI가 제시한 가격은 주당 40만9,000원이다. 신 회장은 이 같은 금액이 과도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생명보험사의 시장가치가 떨어진 만큼, 20만원 중반대 선에서 주당 가격이 책정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I와 신 회장은 교보생명의 시장가치를 추산하는 시점을 각각 다르게 보고 있다. 이들의 가격 인식 격차가 워낙 큰 만큼, 앞으로의 중재 과정도 험로가 예상된다.  

◇ 핵심은 가격 인식차… 41만원 VS 20만원 중반

중재 재판은 법원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니며, 단심제로 진행된다. 판정 결과까지 통상 6개월에서 1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FI들과의 분쟁으로 신 회장의 경영권의 방어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FI들을 제외하면 신 회장 본인(33.78%)을 비롯한 우호 지분은 약 39% 정도로 추산된다. FI들이 다른 지원 세력을 포섭할 경우, 경영권 흔들기가 가능할 수 있다. 또 법원이 FI들의 손을 들어줄 경우 상황은 더 힘들다. 신 회장이 보유한 지분 또는 재산을 압류해 처분할 권리를 갖게 될 수 있어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신 회장은 이번 분쟁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교보생명이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은 지난달 29일 주주총회를 열고 윤열현 보험총괄담당 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로써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과 윤열현 사장의 각자 대표 체제로 변경됐다. 업계에선 전문경영인에 내부 살림을 맡기는 대신, 신 회장은 중재 대응에 전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관건은 가격이 얼마로 결정이 나느냐”라며 “이제 중재 절차가 돌입한 만큼 관련 이에 대한 준비에 집중할 방침이다. 가격이 어느 쪽에 유리하게 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지금으로선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중재 절차로 증시 상장 작업 일정은 지연이 불가피하게 됐다. 주주 간 분쟁은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에서 결격사유가 된다. 이에 중재 절차가 끝나기 전까지 IPO 작업이 추진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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