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니스트
하도겸 칼럼니스트

2010년 11월 16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매사냥은 오늘날 사라져가는 인류 보편적인 문화이다. 몽골 등 세계 11개국이 관련국으로 지정됐고 오늘날에는 18개국으로 확장된 매사냥은 적어도 80여 개국이상의 나라가 수천 년 전부터 해 왔다. 우리나라의 매사냥은 황조롱이, 참매, 송골매 등을 잡아 길러 농한기인 겨울에 꿩이나 토끼 같은 동물을 잡기 위한 전통적인 사냥법으로 인기를 끌었다. 역사적으로는 고구려 유리왕 22년인 서기 3년에 처음 나오고 백제시대에 유행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매사냥에 쓰일 매를 잡고 길들이는 사람을 응사라고 하고 안정복이 쓴 <동사강목>에 사냥매를 해동청(동쪽의 푸른 매)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는 천연기념물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포획이 금지되어 있다. 소유도 인정되지 않고 문화재보호법상으로도 기를 수 없으며, 인공적인 번식도 잘 되지 않는 현실이다. 응사나 이수자에게만 한시적으로 매의 포획권과 사육권이 허가되기도 한다. 취미로 길러서도 안되며, 혼자 꿩, 토끼를 잡는 것도 금지된다. 오로지 문화 전승과 향유를 위한 활동에 한해서 허가받은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전통매사냥보전회 사무총장인 황대인 매사냥 이수자는 보통 10월경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응사와 함께 산에서 그물을 깔고 미끼로서 비둘기를 퍼덕거리고 한 뒤 숨어서 매를 다치지 않게 조심스럽게 잡는다.

잡은 후에는 매사냥을 위해 길들인다. 매도 성질이 천차만별이어서 열흘이나 밥도 먹지 않고 발광을 하는 경우에는 부득이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강재항이 쓴 <입재유고(立齋遺稿)> 가운데 ‘양응자설(養鷹者說)’에 보면 매의 수명은 35살을 넘지만, 사람들이 무리하게 사냥을 시켜 제 수명대로 못산다고 했다. 몇년이상 되면 야생을 잊고 능글맞아져서 애완동물처럼 되는 수가 있기 때문에 몇 년내에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한국전통매사냥보전회 사무총장인 황대인 매사냥 이수자는 보통 10월경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응사와 함께 산에서 그물을 깔고 미끼로서 비둘기를 퍼덕거리고 한 뒤 숨어서 매를 다치지 않게 조심스럽게 잡는다. / 사진 제공=하도겸 칼럼니스트
한국전통매사냥보전회 사무총장인 황대인 매사냥 이수자는 보통 10월경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응사와 함께 산에서 그물을 깔고 미끼로서 비둘기를 퍼덕거리고 한 뒤 숨어서 매를 다치지 않게 조심스럽게 잡는다. / 사진 제공=하도겸 칼럼니스트

매를 길들이기 위해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매와 함께 생활해야 한다. 온종일 두터운 장갑을 낀 손 위에 올려두고 밥도 같이 먹고 잠도 같이 잔다. 그 과정을 두 달 정도 거치면 매가 사람을 낯설어하지 않고 주인도 알아본다. 먹이로는 야생에서 먹는 먹이에 가깝게 메추리와 병아리를 다듬어서 70〜100g을 주고 매일 몸무게 1kg(암컷)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재며 건강을 유심히 살핀다. 하루만 식사를 걸려도 몸무게가 변화하지만, 야생에서 굶기도 하므로 2,3일 정도는 굶어도 커다란 문제가 없다. 사람들에게 친근해진 매를 선별하고 다른 응사들에게 넘기기도 한다.

매의 악력은 대단하다. 주먹을 쥐듯이 완전히 발톱들이 접히는 까닭에 한번 잡히면 토끼나 닭 등을 절대 놓치지 않고 나무 위에서도 잘 수 있다. 그런 위험한 발톱으로부터 손을 보호할 수 있게 응사들은 두터운 가죽 장갑을 끼고 기르는 매를 부르면 매는 장갑 위로 날아와 앉고는 편안하게 몸을 부풀린다. 그럴 때라도 매의 눈매는 매우 날카로워 매섭다(매스럽다)라고 할 수 있지만, 응사가 깃털을 부드럽게 매만지면 또다시 몸을 부풀린다.

1980년대까지는 시골에서 곧잘 매사냥하는 것을 볼 수 있었던 시기도 있다. 황대인 이수자는 틈틈이 수소문을 통해 매사냥을 했던 분들을 찾아다니며 매사냥 문화를 복원중이다. 매의 꼬리에 다는 이름표를 시치미라고 하는데 응사는 소뿔에 매 주인의 이름을 쓰고 방울도 함께 단다. 매를 도시에 푸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차소리 때문에 놀라서 튈 수 있기 때문이다.

남산한옥마을에서 외국인들에게 매사냥 체험전승을 시키고 있는 황대인 사무국장의 모습 / 사진제공=하도겸 칼럼니스트
남산한옥마을에서 외국인들에게 매사냥 체험전승을 시키고 있는 황대인 사무국장의 모습 / 사진제공=하도겸 칼럼니스트

매는 시력이 매우 좋아서 그 매서운 시력으로 멀리서도 주인 얼굴을 알아보고 돌아온다. 돌아와서는 날개를 크게 펴고 끽끽 대며 좋아서 소리를 내며 몸을 부풀리기도 한다. 다만 사냥을 나가서는 먹이를 쫓다보면 너무 멀리가서 주인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요즘은 GPS를 달아서 시치미를 떼도 소용이 없다.

요즘 까마귀와 까치 등 유해 조수로 과수농가와 궁원 등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얼마 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는 유해조수구제를 위해서 매를 활용하여 크게 효과를 봤다고 전한다. 매 한 마리만 있어도 궁원 내의 까마귀 등의 서식에 미치는 영향을 매우 크다. 아무리 떼로 덤벼도 아침에 한 마리씩 사냥을 하면 얼마 안 가 까마귀들이 서식지를 옮기기 때문이다. 그냥 잡는 것이 아니라 수문장교대식처럼 이벤트화해서 문화재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문화재로 돈버는 것에 대해 안좋은 시선이 있는 듯하지만, 궁원 야간 개장을 포함하여 향후 문화재 활용만이 살길이다.

4월이지만 매서운 날씨가 계속되는 요즘, 안 추운 척, 안 바쁜 척 시치미를 떼고 체험을 통해 매사냥 문화전승에 열중하는 황대인 사무국장을 만나러 2살된 암컷 참매 '수진이'도 만나볼 겸 오랜만에 남산한옥마을로 가야겠다. 아무리 잘해도 지자체나 다른 기업에서 행사를 요청해도 보낼 젊은이가 없는 오늘의 현실이 아쉽기만 하다는 황대인 국장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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