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표가 축구장 유세 논란으로 연일 진땀을 빼고 있다. 그는 논란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도 몰라서 생긴 실수라는 기존의 입장을 내세웠다.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축구장 유세 논란으로 연일 진땀을 빼고 있다. 그는 논란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도 몰라서 생긴 실수라는 기존의 입장을 내세웠다. / 자유한국당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전례가 없던 일이다. 1983년 K리그가 출범한 이래 처음으로 정치적 중립 훼손에 대한 징계가 내려졌다. 이로 인해 명예가 실추된 구단은 경남FC다. 지난달 3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기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강기윤 후보 측의 ‘축구장 안’ 선거 유세를 막지 못한 게 문제가 됐다. 구단 측은 억울했다. 황교안 대표와 강기윤 후보 측이 경기장에 ‘막무가내’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구단에 대한 징계로 논란이 계속되자 황교안 대표는 다시 한 번 사과를 표시했다. 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선거 과정에서 시민과 경남FC 관계자 분들에게 불편을 드려 정말 죄송한 마음이다. 제대로 더 꼼꼼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반성하며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관련 규정을 몰랐다”는 측근들의 해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재발 방지를 강조하면서도 구단의 손실에 대한 책임 있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

◇ 선거법 진짜 몰랐나… 민주당 함정 의혹도

결국 한국당과 구단 측의 갈등은 소송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구단 측은 징계가 결정되기 전부터 “한국당에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에서 제재금 2,000만원의 징계를 받은 뒤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구단 명예 실추에 대한 도민과 팬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과 “구단이 안게 될 경제적 손실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요청했다. 조치가 없을 경우 구상권 청구 등의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정치권에선 구단 측의 손을 들어줬다. 보수진영으로 분류되는 바른미래당마저도 “사고는 한국당이 냈는데 뒤처리는 경남FC가 하고 있는 셈”이라면서 “자기가 저지른 일은 스스로 수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구단에게 부과된 제재금을 대납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국당은 대납에 부정적이다. 도리어 억울하다는 기류가 강하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여영국 후보도 프로농구 경기장에서 머리띠를 두르고 응원했다는 것이다.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경남FC는 한국당에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법적 공방으로 비화될 수 있다. / 자유한국당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경남FC는 한국당에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법적 공방으로 비화될 수 있다. / 자유한국당

한국당의 문제 제기에 선관위가 뒤늦게 사실 확인에 나섰다. 정의당에 공명선거 협조요청 공문도 보낸 상태다. 정의당 측은 한국당의 축구장 유세와 달리 경기장에 들어가면서 당을 상징하는 노란색 점퍼와 어깨띠를 벗었다는 점, 홈팀에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제가 된 머리띠는 “사진과 영상을 찍기 위해 잠깐 썼다가 곧바로 벗었다”고 해명했다.

다시 원점이다. 공안 검사 출신인 황교안 대표가 정말 선거법을 몰랐겠느냐에 의문이 모아지고 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의 말처럼 모든 선거를 지휘하는 곳이 공안부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선거법을 잘 알고 있다”는 것. 다만 황교안 대표의 축구장 유세는 창원·성산에서 정의당 후보가 앞서가자 “당황해서 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그만큼 황교안 대표가 절박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만하다.

화살은 애꿎은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향했다. 경남FC 구단주가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김경수 경남지사라는 점이 음모론의 시작이다. 황교안 대표의 지지모임 일부에서는 이번 논란을 ‘함정’으로 봤다. 황교안 대표를 망신주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는 것. 또 다른 논란의 불씨다. 이와 무관하게 도민들은 경남FC의 제재금 대납 요구에 한국당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구단주인 김경수 지사의 부재를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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