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레몬법’이 도입된지 100일이 넘었지만, 여전히 도입을 망설이는 브랜드가 적지 않다.
‘한국형 레몬법’이 도입된지 100일이 넘었지만, 여전히 도입을 망설이는 브랜드가 적지 않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자동차 구매 초기 같은 결함이 반복될 경우 환불 또는 교환이 가능하도록 한 ‘한국형 레몬법’이 도입 100일을 맞은 가운데, 여전히 일부 브랜드는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 2일 ‘한국형 레몬법’ 도입 100일을 맞아 아직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는 자동차 브랜드들을 집계해 발표했다. 수입차 브랜드는 벤츠를 포함한 11개, 국산차 브랜드는 한국지엠이 여기에 포함됐다.

이 같은 발표가 나오는 등 ‘한국형 레몬법’ 동참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결국 벤츠도 손을 들었다. 수입차업계 판매실적 1위의 벤츠는 지난 3일 ‘한국형 레몬법’ 도입을 최종 결정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지엠도 같은 날 ‘한국형 레몬법’ 도입을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지엠은 ‘한국형 레몬법’ 도입을 위한 절차를 모두 마쳤으며 조만간 시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미온적인 곳도 적지 않다. 국내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던 아우디, 폭스바겐을 비롯해 포드, 크라이슬러, 캐딜락, 푸조, 시트로엥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또한 럭셔리·스포츠카 브랜드인 포르쉐, 벤틀리, 페라리 등도 ‘한국형 레몬법’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

이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한국형 레몬법’에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문제와 약관이나 계약서를 개정하는 문제 등 세부적인 준비를 마치지 못해 ‘한국형 레몬법’에 동참하지 못하는 곳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국내시장의 규모와 다른 해외시장과의 형평성 문제 등도 고려 대상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미적거린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형 레몬법’ 시행은 이미 수년 전부터 예고된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형 레몬법’을 가장 먼저 도입한 볼보자동차 측은 “올해부터 시행된다는 것을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찌감치 관련 절차와 검토를 마쳐 놓았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회사 입장에선 더 많은 분쟁에 얽히거나, 일부 소비자들의 무분별한 요구가 많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입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며 “업계 차원에서도 형평성이 어긋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제도적 차원에서 보다 명확한 기준과 의무조항을 마련하는 것이 남은 숙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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