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세가 4월 들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세가 4월 들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광풍’이란 말이 부족할 정도로 거침없었던 성장세는 그에 못지않게 거침없는 하락세로 돌변했다. 2017년, 대하민국을 들끓게 만들었던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그 주인공이다. 뜨거웠던 여름이 가고 혹독한 겨울을 맞이했던 암호화폐 시장에 또 한 번 계절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암호화폐는 다시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

4월의 시작과 함께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세가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기준 비트코인 시세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450만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난 1일 470만원을 돌파하더니 지난 2일엔 한때 570만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후에도 줄곧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4일 현재 시세는 560만원에 형성돼있다. 불과 며칠 새 100만원이 넘게 오른 셈이다. 이 같은 급등에 힘입어 비트코인 시세는 지난해 11월 24일 이후 처음으로 500만원대를 회복했다.

어느덧 수십여 종에 이르게 된 다른 암호화폐들도 대부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일부 암호화폐의 경우 하루 사이에 시세가 2배로 껑충 뛴 경우도 있었다. 연일 급등세가 이어지던 2017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지난해 11월 마지막 폭락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반등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흥미로운 점은 암호화폐 시장에 모처럼 찾아온 결정적 계기가 ‘만우절’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의 온라인 경제매체 파이낸스 매그네이츠는 현지시각으로 지난 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 신청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와 관련된 주요 이슈 중 하나로 많은 관심을 받아왔던 사안이자, 상당한 호재다.

다만, 해당 매체는 기사 하단에 “제이 클레이튼 SEC위원장이 ‘happy April Fool's Day(행복한 만우절 보내세요’라는 말을 남겼다”고 덧붙였다. 해당 기사가 만우절 장난 차원에서 작성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다른 일부 매체들이 ‘만우절 장난’ 부분은 제외한 채 마치 실제 승인이 이뤄진 것처럼 보도하면서 암호화폐 시세가 급등하는 파문으로 이어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암호화폐 시장이 루머에 출렁였다며 시장 신뢰도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만우절 장난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시세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루머에 의해 시세가 오른 것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영국의 로이터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익명의 투자자가 1억 달러 가량의 매수에 나선 것이 상승세의 요인”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한 암호화폐 관련 전문가는 “투기 광풍이 사라진 뒤에도 암호화폐 시장은 꾸준히 성숙·발전하고 있다. 실체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투기 심리에 의해 시세가 급등하는 현상이 없어지면서 오히려 연착륙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그에 비해 저평가돼왔던 시세가 조금씩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과거에 비해 훨씬 다양한 암호화폐가 거래되고 있어 더욱 철저한 조사와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다양한 시각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침체기에 빠져있던 암호화폐 거래소 업계는 모처럼 활기를 띄고 있는 모습이다.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예전과 같은 투기 광풍이 재현되는 것 보다는 보다 많은 분들이 암호화폐의 미래 가능성에 관심을 갖고 건강한 투자에 나서길 기대하고 있다”며 “암호화폐 시장의 안전성과 신뢰성 제고를 위해 거래소 역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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