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공기청정기 필터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일으킨 위해물질이 발견된 팅크웨어가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하고 있다. /아이나비 홈페이지
차량용 공기청정기 필터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일으킨 위해물질이 발견된 팅크웨어가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하고 있다. /아이나비 홈페이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 업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팅크웨어가 차량용 공기청정기 제품에서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일으켰던 위해물질이 검출돼 신뢰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사)소비자시민모임은 지난 4일,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9개 브랜드의 차량용 공기청정기 제품을 조사해 발표했다. 일부 제품의 경우 사실상 공기청정 기능이 없다는 게 조사 결과의 핵심이었다.

팅크웨어가 2017년 11월 이후 판매 또는 증정한 ‘아로미에어’ 제품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결과는 다른 제품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었다. 공기청정화 능력, 유해가스 제거율 등 공기청정 기능이 사실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을 뿐 아니라,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일으킨 위해물질까지 검출된 것이다. 아로미에어 필터에서는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12㎎/㎏, 크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이 39㎎/㎏ 검출됐다.

MIT와 CMIT는 다수의 희생자를 발생시킨 ‘가습기살균제 사태’의 핵심 원료로 악명이 높다. 특히 공기청정기 필터에서 해당 물질이 검출된 만큼, 가습기 살균제와 마찬가지로 공기 중을 통해 인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차량의 내부공간이 좁다는 측면에서 더 큰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2월 이 같은 검출 사실을 소비자시민모임으로부터 통보받은 팅크웨어는 해당 내용이 공식 발표된 지난 4일 홈페이지에 이흥복 대표 및 임직원 명의의 사과문을 게재하고 리콜에 돌입했다. 리콜은 팅크웨어의 차량용 공기청정기 신제품인 블루벤트와 일대일 교환 방식으로 이뤄지며, 구입 시기 등과 무관하게 모든 아로미에어 제품이 해당된다.

팅크웨어 측은 “해당 제품은 자체 개발·생산한 것이 아니라 브랜드 라이센싱 방식으로 판매됐고, 다른 업체가 중국에서 생산한 것이었다”며 “아이나비 브랜드를 달고 판매 및 증정된 만큼 책임을 통감하고 신속하게 판매중지 및 리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블루벤트 등 다른 차량용 공기청정기 제품은 팅크웨어가 개발단계부터 참여했으며, 공인된 인증기관을 통해 문제가 없음을 확인받았다는 것이 팅크웨어 측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검출로 팅크웨어는 소비자 신뢰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뜩이나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대한 재조사가 진행되며 논란이 재점화된 시점에 문제의 위해물질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세먼지로 인해 차량용 공기청정기 제품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높아진 시점이라는 점도 악재다. 향후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되는 차량용 공기청정기 시장에서 입지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향후 진행경과에 따라 추가적인 논란 또는 책임을 마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당 내용과 관련해 환경부는 위법여부 등을 조사한 뒤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실제 인체 유해성에 대한 입증과 이에 따른 보상 등도 숙제로 남을 수 있다. 팅크웨어 관계자는 “앞서 차량용 공기청정기의 유해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며 “향후 환경부 조사에도 적극 협조하고, 조치 및 책임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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