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 도라산 전망대에서 3년 째 가동이 중단된 개성공단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지난 3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 도라산 전망대에서 3년 째 가동이 중단된 개성공단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방북 신청이 보류된 것과 관련해 저마다 이유를 짐작하고 있겠지만, 우리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그저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신한용 전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지난 1월 28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 같이 말했다. 올해 1월 9일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정부에 7차 방북 신청을 했고, 그로부터 20여일 뒤 정부는 7번째 방북 승인을 보류했다.

지난 3월 6일에도 개성공단기업협회는 8차 방북 신청을 했다. 그리고 같은 달 22일 정부는 어김없이 기업인들의 방북 신청을 또 다시 보류했다. “모두가 이유를 짐작하고 있겠지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던 신 전 회장의 푸념에서 짐작하듯 당시 입주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미국 눈치를 너무 본다’는 볼멘소리가 공공연히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공단 폐쇄 3년 만에 입주기업인들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직접 청원서를 보내기로 했다. 기업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개성공단에 대한 (경제)제재 예외 결정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이 지난 3월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개성공단 방북신청서'를 통일부에 전달하기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이 지난 3월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개성공단 방북신청서'를 통일부에 전달하기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 “미국 대통령에게 청원하는 현실 안타까워”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청원서를 보낸다. 이미 미국 측은 ‘제재 이행’을 강조하며 사실상 불가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청원서가 향후 북한에 대한 미국의 우호적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비대위는 8일 서울 광화문 주한 미국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개성공단 등에 대한 제재 예외 결정을 청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6년 2월 불법적인 공단 폐쇄로 우리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다”며 “기업을 살리려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공단 폐쇄가 장기화하면서 일부 기업은 어음을 막지 못해 회생절차에 들어가고, 어떤 기업인은 홧병에 운명을 달리하기도 했다”며 지난 3년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남과 북은 언젠가는 하나의 국가로 통일돼야 할 특수한 관계이고, 이런 특수성 때문에 개성공단의 가치는 공단 이상의 가치를 갖게 됐다”면서 “첨예한 대치 속에서도 개성공단은 북한의 개혁개방과 시장경제 활성화,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했지만 현재 미국의 제재로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인들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 철도도로연결사업 및 인도적 지원사업은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마중물이며 비핵화의 강력한 촉진제가 될 것이라고 우리는 믿는다”라며 “개성공단 폐쇄로 20만명의 남북 주민들의 생계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님의 결단으로 남북협력사업에 대한 제재 예외 결정을 내려주기시를 청원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날 청원서 발송 서명서를 낭독한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미국 대통령에게 청원을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그만큼 우리의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에 준비하게 됐다”고 배경을 밝혔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이번 청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등 관계기관에 직접 찾아갈 방침이다. 아울러 이번 한미 정상회담 이후 9차 방북 신청을 할 계획이다.

한편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청원까지 보내며 개성공단 재가동을 호소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희망적인 답변을 받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5일(현지 시각) 미국의 소리 방속은 개성공단 재개 문제와 관련, 국무부 관계자들의 말을 빌려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유엔 제재를 완전히 이행하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