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에서 열학한 근무환경 속에 일하다 폐암 판정을 받은 근로자가 산재를 승인받았다. /전국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인천국제공항에서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 일하다 폐암 판정을 받은 근로자가 산재를 승인받았다. 사진은 해당 근로자가 일하던 곳의 모습이다. /전국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17년간 일하다 폐암 판정을 받은 하청업체 근로자가 산재를 인정받게 됐다. 이를 두고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원청으로서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 수하물처리시설에서 17년간 근무하다 폐암 판정을 받은 근로자에 대해 지난달 29일 산재가 승인됐다. 산재를 신청한지 약 1년 만에 나온 결과다. 해당 근로자는 현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자회사 소속이지만 과거 대부분의 기간을 2차 하청업체 소속으로 근무해왔으며, 2017년 12월 폐암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노조에 따르면, 해당 근로자는 탄광 수준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놓여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에 인력이 투입되지 않는 것을 전제한 채 설계된 지하 공간으로, 환기나 안전, 냉난방 시설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공간에서 작업 도중 상당한 분진까지 발생하다보니, 탄광 수준의 분진 수치 및 발암성 분진이 확인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공간에서는 400명이 넘는 근로자들이 교대로 근무해왔다.

앞서 지난해 4월, 노조는 이처럼 열악한 근무환경에 근로자들을 투입한 시설관리업체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고용노동부의 역학조사를 요구한 바 있다.

노조는 원청인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대해서도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고 있다. 올 들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물론 정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공공기관 안전강화 종합대책’을 반영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한다는 지적이다.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하청업체 근로자의 재해 예방을 위해 실질적인 지배관리권한을 지닌 원청의 책임을 강화했으며, 정부의 ‘공공기관 안전강화 종합대책’엔 공공기관의 원청·발주자로서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노조 측은 “이번 산재 조사 과정에서도 원청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최저가격 수준의 조사를 고집해 폐암과 가장 관련이 높은 미세먼지 측정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안전·보건에 대해 20년간 외주화로 책임을 회피해온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금이라도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인천국제공항 근로자들이 언제까지나 폐암에 걸릴 것을 불안해하며 일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노조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전향적 논의로 산재를 예방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나가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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