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그룹 투자 전년비 3.1%↓‧고용 1.7%↑
“정부, 자유로운 기업활동 보장 시그널 보내야”

/ 픽사베이
지난해 주요 대기업이 앞다퉈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 시사위크

[시사위크=이가영 기자] 지난해 삼성‧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이 앞다퉈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대내외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기업들이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CEO스코어데일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60대 그룹의 투자 지출액은 전년 101조6,379억원보다 3.1% 줄어든 98조5,365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그룹사 46곳은 2017년 38조3,403억원에서 지난해 9조8,685억원 줄어든 28조4,718억원을 기록해 감소폭이 가장 컸다.

현대차그룹(5,512억원·6.9%)을 비롯해 ▲아모레퍼시픽(4,347억원·54.3%) ▲한화(3,984억원·19.5%) ▲에쓰오일(3,764억원·15.5%) ▲SM(3,550억원·54.2%) ▲한진(3,535억원·21%) 등도 같은 기간 투자 금액을 3,000억원 이상 줄였다. 

SK와 LG 등 몇몇 그룹이 국내외 신규 생산공정을 증설하는 등 투자를 대폭 늘렸지만 전체 투자 금액 감소세를 견인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고용 상황도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말 기준 60개 그룹의 고용현황을 살펴보면 108만7,786명으로 전년 106만9,273명 보다 1.7%(1만8,513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 마저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설비 투자에 따른 고용 효과에 불과해 실질적인 고용 창출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규직이 2017년 99만5,821명에서 지난해 101만1,855명으로 1.6% 증가하는 동안 기간제 근로자 등 비정규직은 7만3,452명에서 7만5,931명으로 3.4% 늘어 정규직의 두 배가 넘는 증가폭을 보였다. 늘어난 일자리의 질은 후퇴한 셈. 

사정이 이쯤되면서 지난해 기업들이 내세운 투자·고용 관련 공약 실현 가능성에 시선이 쏠린다. IMF(국제통화기금)가 세계 경제성장률을 대폭 하향 조정하는 등 국내외 각종 경기지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향후 경제 사정도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여서다.

지난해 삼성을 비롯해 현대차‧SK‧LG‧신세계 등 5대 그룹은 향후 3년에서 5년 간 총 311조원에 달하는 투자와 15만3,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 약속한 바 있다. 정부가 대기업의 자발적인 투자와 고용을 독려하는 상황에서 이에 부응하는 취지로 해석됐다.

삼성은 지난해 8월 향후 3년 간 18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채용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이에 연평균 1만3,000명이 넘는 인원의 신규채용이 예견됐다. 그러나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16개 상장계열회사 기준 직원수는 2017년 18만6,900명에서 지난해 12월 19만1,418명으로 4,518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5년간 차량 전동화, 스마트카, 로봇‧인공지능 등 5대 신사업에 23조원을 투자하고 관련 인재 4만5,000명 신규 채용을 약속했다. 연평균 8,000명의 일자리 창출을 공언한 셈. 그러나 현대차그룹 11개 상장 계열사 직원수는 14만633명에서 14만3,375명으로 1년간 2,742명 느는데 그쳤다. 재계 관계자들은 현대차가 올해 초 대규모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 채용 체제로 전환하기로 한 만큼 남은 인원의 채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는 지난해 상반기 4,000명과 하반기 6,000명을 더해 총 1만여명의 신입 직원을 뽑을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상장 계열사 12곳 직원 수 기준 2017년 11만7,688명에서 지난해 말 11만5,501명으로 2,000명이 넘게 줄었다. 

이 밖에 3년간 일자리 2만8,000개 창출 계획을 밝힌 SK그룹은 17개 상장 계열사 직원수가 4만2,616명에서 4만5,520명으로 2,900여명 느는데 그쳤다. 3년간 3만명 채용을 언급한 신세계그룹의 7개 상장 계열사 직원수는 3만8,056명에서 3만6,431명으로 1,625명이 감소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 실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오늘(10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을 봐도 대다수 사회복지나 공공서비스 등 정부의 재정이 투입된 일자리”라며 “양질의 일자리인 제조업 그리고 경제활동 주력계층인 30~40대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뒤이어 그는 “경제환경이 불안정한데 어느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겠는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신사업‧노동 규제 완화 등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하는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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