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풍자드라마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사진 좌측부터) SBS '열혈사제', KBS2TV '국민여러분',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포스터.
사회풍자드라마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사진 좌측부터) SBS '열혈사제', KBS2TV '국민여러분',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포스터.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현실에서 힘을 가진 자들, 소위 말하는 갑들이 을들에게 횡포를 부릴 때 ‘누군가 나서서 갑들을 시원하게 응징해줬으면 좋겠다’라는
비현실적이지만 판타지적인 욕망을 투영한 작품이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박원국 감독-

안방극장이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작품들로 시청자들의 공감대 사수에 나섰다. 갑에 대응하는 을들의 반격을 테마로 다양한 작품들이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하고 있는 것. ‘을의 반격’에 안방극장이 반응하고 있다.

▲ ‘열혈사제’ ‘국민여러분’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통쾌함에 유쾌함을 더하다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가 포문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정부패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는 국내 현실을 ‘열혈사제’가 코믹하게 담아낸 이후 ‘국민 여러분’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등의 작품이 베일을 벗은 것. 통쾌함에 유쾌함을 더한 이들 작품에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2월 15일 첫 방송된 SBS ‘열혈사제’는 다혈질 가톨릭 사제와 구담경찰서 대표 형사가 한 살인사건으로 만나 공조 수사에 들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해당 작품은 SBS에서 선보이는 첫 금토드라마로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은 바 있다. 현재 ‘열혈사제’는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얻으며 사회풍자드라마에 힘을 더하고 있다.

'김해일'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고 있는 김남길 / SBS '열혈사제' 방송화면 캡처
'김해일'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고 있는 김남길 / SBS '열혈사제' 방송화면 캡처

‘열혈사제’는 신부 김해일(김남길 분)을 통해 고위직 인물들의 부정부패를 타파하는 내용을 코믹하게 그려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김해일의 통쾌한 발차기 한 방이 시청자들에게 큰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는 평이다. 여기에 김성균(구대영 역) 이하늬(박경선 역) 백지원(김인경 역) 등의 코믹한 연기는 시청자들에게 통쾌함과 더불어 유쾌함까지 선사하고 있다.

지난 1일 첫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국민 여러분’은 세상 모든 을들을 위한 통쾌한 한 방을 선사한다는 포부 아래 시청자들의 관심을 얻고 있다. ‘국민 여러분’은 얼떨결에 경찰과 결혼한 사기꾼이 원치 않는 사건에 휘말리고 국회의원에 출마하며 벌어지는 코믹 범죄극이다. 최시원이 사기를 가업으로 삼고 있는 집안의 3대 독자 ‘양정국’ 역을, 이유영이 서원경찰서 형사 ‘김미영’ 역을 맡아 열연을 선보이고 있다.

앞서 ‘국민 여러분’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김정현 PD는 “현실이 더 드라마같다”고 말하는 한편 “‘국민 여러분’은 사실 거짓말 같은 이야기다. 사기꾼이 국회의원이 된다는 게 만화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부와 권력을 지닌 사람들이 잘못된 일을 할 때 정당한 처벌이나 책임을 지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흔히들 ‘내가 해도 저거보다 잘하겠다’는 말을 쉽게 하는데 그런 의미의 드라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양정국'으로 분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자아낸 최시원 / KBS 2TV '국민 여러분' 방송화면 캡처
'양정국'으로 분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자아낸 최시원 / KBS 2TV '국민 여러분' 방송화면 캡처

지난 9일 방송된 ‘국민 여러분’에서 최시원은 김의성(김주명 역)에게 국회의원에 되고싶다고 말하는 한편 “국회의원 나가는 사람 보면 폭행, 뇌물, 집권남용에 심지어 간통까지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예의 있는 건가요”라며 “어차피 예의 없는 것들끼리 치고 박고 하는 곳이 국회 같은 데 나라고 못 갈 게 뭐가 있어요”라고 말하며 현실을 풍자해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자아냈다. 김 PD의 말을 실감케 만드는 대목이다. 여기에 최시원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시청자들의 코믹함을 자아내고 있다.

현실을 적극 반영해 ‘을’의 입장을 대변하는 작품도 나왔다.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 주인공. 지난 8일 첫 방송된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왕년엔 불의를 참지 못하는 유도 폭력 고사였지만 지금은 6년 차 공무원인 조진갑(별명 조장풍)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으로 발령 난 뒤 갑질 악덕 사업주 등장에 나서게 되는 이야기를 통쾌하게 담아낸 코미디 드라마다. 김동욱이 ‘조진갑’ 역으로 열연을 선보이고 있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라는 캐릭터로 풀어낸 작품답게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임금체불을 비롯해 악덕 사업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을들의 사연을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여기에  김동욱은 화려한 액션과 말솜씨로 갑들을 무찌르는 ‘현실 맞춤형 히어로’로 완벽 변신하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평을 얻고 있다.

▲ ‘닥터 프리즈너’ 남궁민, ‘을의 깡’을 그리다

KBS 2TV ‘닥터 프리즈너’는 서스펜스 드라마로 시청자들에게 쫄깃함을 선사하고 있다. 무엇보다 해당 작품에서 남궁민은 돈도 빽도 없는 흙수저 출신이지만 실력만은 에이스인 ‘나이제’ 역을 탄탄한 연기력으로 표현하며 시청자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닥터 프리즈너’는 대형병원에서 축출된 외과 에이스 의사 나이제가 교도소 의료과장이 된 이후 펼치는 신개념 감옥-메디컬 서스펜스 드라마다. 해당 작품은 김병철(선민식 역)·최원영(이재준 역)·김정난(오정희 역) 등 SKY 캐슬 주역 3인방을 비롯한 실력파 배우들의 열연을 영화 같은 영상미로 담아내며 15%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다.

'닥터 프리즈너'를 통해 또 한 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남궁민 / KBS 2TV '닥터 프리즈너' 방송화면 캡처
'닥터 프리즈너'를 통해 또 한 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남궁민 / KBS 2TV '닥터 프리즈너' 방송화면 캡처

‘닥터 프리즈너’는 남궁민을 빼놓고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작품이다. 그만큼 남궁민의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해당 작품에서 남궁민은 김병철과 라이벌 관계로 남자들 사이의 심리전을 밀도 있는 감정으로 그려내는 한편, 실력과 깡만을 지닌 흙수저 출신이 고위층 사람들을 제치는 과정을 그려내며 시청자들에게 쫄깃함과 대리만족을 선사하고 있다. 탄탄한 배경을 가진 김병철을 이기기 위해 살벌한 눈빛을 보이는 남궁민의 모습은 오싹함마저 자아낸다.

어떤 캐릭터를 통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내는가는 다르지만 시청자들은 ‘을의 반격’을 그려낸 작품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각종 고위직들의 부정부패를 비롯해 갑들의 횡포에 대해 현실에서는 시원하게 한마디 던질 수 없는 시청자들이 드라마 주인공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이러한 사회 풍자 드라마를 통해 사회에 변화가 생기길 소망하는 시청자들의 바람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속에서만이라도 통쾌함을 느끼고 싶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담았다. 사회풍자 드라마에 안방극장이 열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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