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 이상주 변호사가 항소심 공판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상주 변호사는 검찰 조사에서 뇌물 수수 혐의 관련 범죄 사실을 시인한 바 있어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선 우려스런 상황이다. / 뉴시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 이상주 변호사가 항소심 공판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상주 변호사는 검찰 조사에서 뇌물 수수 혐의 관련 범죄 사실을 시인한 바 있어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선 우려스런 상황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한시름 덜었다. 검찰 측이 항소심 공판에서 증인으로 신청한 부인 김윤옥 여사에 대해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실관계보다 법리판단 문제가 주요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미 MB 측에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동의해 증거능력이 인정된 데다 정작 뇌물공여자의 증언에서 “김윤옥 여사와 대화가 없었다”고 밝힌 만큼 증인 채택의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이로써 검찰은 또 한 번 고배를 마셔야했다. 김윤옥 여사의 불응으로 수사 과정에서 직접 조사도 하지 못했던 검찰이다. 그럼에도 MB 측은 김윤옥 여사가 거론될 때마다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특히 증인신청은 망신주기용이라고 반발했다. 실제 전직 대통령의 부인이 형사법정에 증인으로 선 사례가 없었다. 그런 점에서 김윤옥 여사에 대한 증인신청이 기각된 것은 MB의 부담을 덜은 것과 같다.

◇ 사위의 변심과 큰형의 서운함

문제는 사위다. 재판부는 오는 17일 MB의 사위인 이상주 변호사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기로 했다. 뇌물 창구 역할에 대한 사실관계를 추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김윤옥 여사에게 뇌물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인물도 이상주 변호사다. 앞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MB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과 사위 이상주 변호사 등에게 현금 22억 5,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의 종착지를 밝히는 게 이번 사건의 핵심이다.

MB 측에서 우려하는 것은 이상주 변호사의 달라진 태도다. 당초 그는 혐의를 부인했으나,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되자 범죄 사실을 시인했다. 스스로 진술서를 제출했고, MB에게 불리한 진술을 쏟아냈다. 이팔성 전 회장의 인사 청탁과 관련해 “직접 이상득 부의장에게 말했고, 실제로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되고 연임됐다”고 밝힌 것. 뿐만 아니다. 이팔성 전 회장이 대선을 앞두고 1억원을 건네며 김윤옥 여사에게 전달토록 부탁한 사실도 털어놨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인사청탁과 뇌물 수수 사건 관련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친형, 사위 등 가족들이 얽혀 있어 파문이 크다. 일각에선 가족 게이트라고 부른다. / 뉴시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인사청탁과 뇌물 수수 사건 관련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친형, 사위 등 가족들이 얽혀 있어 파문이 크다. 일각에선 가족 게이트라고 부른다. / 뉴시스

이상주 변호사의 변심은 형량 감경을 위한 차선책으로 해석됐다. 사실상 공범 관계로 묶인 데다 자신 역시도 뇌물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만큼 향후 재판에서 형량을 줄이는 방안을 택했다는 것이다. MB로선 사위의 법정 출석이 여러모로 불편할 수밖에 없다. 형량 앞에서 가족애는 힘이 없었다. MB의 친형 이상은 다스 회장과 조카 이동형 씨도 등 돌 린지 오래다. 두 사람은 다스의 실소유 의혹에서 MB를 지목했다.

이상은 회장의 경우도 사건 초기 MB와 다스의 연관성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MB가 자택 수리비로 사용한 67억원의 출처에 대해 “큰 형에게 빌렸다”고 진술한 것과 달리 “(자신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출처가 불분명한 이 돈은 이상은 회장이 다스의 지분을 사들이는데 사용한 도곡동 땅 매각 자금의 일부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도곡동 땅과 다스 모두 MB의 소유로 보고 있다. 특히 이상은 회장의 아들 이동형 씨는 다스가 MB의 소유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단 MB도 아들 이시형 씨와 거리를 뒀다. 시형 씨가 다스 및 협력업체로부터 100억원대 자금을 무상으로 대여 받고, 매년 6억원의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알려진데 대해 “큰형과 아들 사이의 문제”라고 일축한 것. 다스 실소유주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재판이 길어질수록 MB의 갈등도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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