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백악관 방문을 환영하는 트럼프 대통령 내외.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백악관 방문을 환영하는 트럼프 대통령 내외.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미국 공식실무방문 기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외에도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안보보좌관 등과 차례로 만났다. 정상회담 일정에서 상대국 정상 외에 참모진들과 따로 접촉하는 것은 꽤나 이례적이다. 미국 행정부와 조야를 설득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일정으로 풀이된다.

전날인 10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 도착해 여장을 푼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오전부터 숨 가쁘게 움직였다. 오전 9시부터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턴 보좌관의 접견이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두 사람의 노고를 평가하는 한편, 앞으로도 우리 측 협상 파트너들과 긴밀한 협의를 당부했다.

이 자리에는 두 사람 외에 해리스 주한 미대사,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 포틴저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후커 한국 담당 선임보좌관 등 대북 강경파와 협상파가 모두 모였다. 이번 한미정상회담과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해 미국 측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과 대화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을 밝혔다”며 “여러 수준에서 다각적인 대북 대화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볼턴 안보보좌관 등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볼턴 안보보좌관 등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이어 문 대통령은 오전 10시 36분부터 약 40분 간 펜스 부통령과 접견 시간을 가졌다. 펜스 부통령과의 만남은 지난해 11월 싱가포르 이후 5개월 만으로 이번이 네 번째다.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하노이 정상회담이 비핵화 과정의 일부라고 평가하고 북미 대화 재개 필요성에 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펜스 부통령은 북미대화에 “희망적”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시각 김정숙 여사는 워싱턴D.C 소재 키(Key) 초등학교를 찾아 민화수업을 함께하는 일정을 소화했다. 키 초등학교는 주미국대사관과 자매결연을 맺고 태권도, 한글, 케이팝 등 ‘한국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미교류의 초석이 될 청소년들의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을 격려하는 데 무게가 실린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각각 오전 일정을 소화한 문 대통령 내외는 오후 12시 10분 백악관으로 이동해 트럼프 대통령 내외를 만났다. 양 정상의 단독회담은 부부동반이라는 이례적인 형식으로 진행됐는데, 김정숙 여사에 대한 멜라니아 여사의 호감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여사의 이번 동행도 멜라니아 여사의 공식 초청에 의해 이뤄졌다.

김정숙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가 백악관 그린룸에서 단독오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정숙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가 백악관 그린룸에서 단독오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단독회담을 마친 두 여사는 따로 단독오찬 행사를 진행했다. 양 정상 부인의 단독 오찬은 1989년 노태우 대통령 당시 김옥숙 여사 이후 30년 만의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멜라니아 여사가 타국 정상 부인과 단독 오찬이나 만찬을 한 것은 이번이 8번째로 알려졌다. 방한 당시 따뜻한 환영을 해줬던 김 여사에 대한 답례 성격으로 보인다.

단독오찬은 녹색의 벽지가 인상 깊은 ‘그린룸’에서 이뤄졌다. 백악관 기록에 따르면, 그린룸은 1962년 재클린 캐네디 여사가 벽지를 골랐으며, 고위 정치인들이 모여 체스를 두는 곳으로 활용됐다고 한다. 또한 대통령 가족들의 응접실로도 사용되는 등 백악관 내에서도 유서 깊은 장소로 통한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회담, 확대정상회담 및 업무오찬을 마친 문 대통령 내외는 현지시각 18시 경 댈러스 공항을 통해 귀국길에 올랐다. 조윤제 미국대사와 라울러 미국 측 의전장이 배웅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미국 측 경호 관계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김 여사와 함께 밝은 표정으로 공군 1호기에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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