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장애인의무고용제가 도입된 지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우리나라는 1991년부터 장애인 고용 촉진을 목적으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행법 기준 공공기관은 전체 인력의 3.4%를, 인력 50인 이상 민간기업은 3.1%를 장애노동자로 충원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공공기관과 기업은 벌금 성격의 부담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이 제도의 무용론 논란이 십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장애인 채용 대신, 부담금 납부를 선택해 의무를 외면하는 곳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까지 장애인 의무고용 부담금 징수액은 5,287억9,900만원에 달했다. 이는 역대 최고액을 기록한 지난해의 4,532억3,600만원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큰 기업일수록 고용 의무 외면은 더 심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자산 총액 10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 30곳은 2017년 법으로 정해진 의무고용률을 단 한 곳도 지키지 않았다. 이에, 그해 30대 그룹이 납부한 부담금 액수만 해도 1,200억원에 달했다. 모범이 돼야 할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공공기관들의 장애인 고용의무 외면은 매년 국감시즌의 단골 이슈다. 지난해에도 주요 공공기관의 미진한 장애인 의무고용 실태가 공개돼 뭇매가 쏟아졌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이 상향되고 있음에도 기대는 크지 않은 분위기다. 올해부터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공공은 3.2%에서 3.4%로, 민간 2.9%에서 3.1%로 올랐다. 이처럼 비율이 올라간다고 해서 장애인 고용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될지 미지수다. 설령 의무 기준에 맞는 채용이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남아있다. 역량에 맞은 직무와 성장해갈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느냐다. 

올 초 기자는 씁쓸한 장애인 퇴사 사례를 접했다. 이 직원은 지난해 말 한 공공기관의 콜센터 직원으로 채용됐다가 입사 한 달도 안 돼 퇴사했다. 당시 이 직원의 아버지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자신의 자녀가 퇴사 압박을 받았다”며 부당함을 호소했다. 

당시 이 논란에 대해 해당 공공기관은 “업무 수행 과정에서 퇴사 직원의 실수가 있었고, 직원에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봤을 뿐 직접적인 퇴사 압박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직원과 비슷한 시기 콜센터 직원으로 입사했던 다른 장애인들도 모두 회사를 떠났다. 해당 공공기관이 장애인 대상으로 콜센터 직원 채용을 한 것은 당시 처음이었다. 회사 측은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한 기업 당담자는 장애인 채용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업종 특성상 장애인에 맞는 직무가 많지 않다”고. 그러나 그 전에 기업 스스로 직무를 개발하기 위한 충분한 노력이 있었는지 반문하고 싶다. 장애인고용의무제 역시 이런 고민을 기반으로 실효성 있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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