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로즈가든을 통해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로즈가든을 통해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시상위크=정계성 기자] 한미정상회담의 가시적 성과는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 남북경협 문제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했고, 단계적 비핵화 접근법에 대해서도 “지금은 빅딜을 이야기 하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하노이 북미회담 이후 멈춰선 대화 모멘텀을 살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협상의 중재자이자 촉진자로서의 위치를 재확인 했다는 점은 성과로 평가된다.

한미정상회담을 끝낸 문재인 대통령은 귀국 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예정이다. 대북특사 파견 혹은 물밑 접촉을 통해 의사를 타전하고 북측과 구체적인 내용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속도감과 무게감을 주기 위해 거물급 인사를 특사로 파견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도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는 만큼,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북미 합의에 이르지 못한 만큼,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판문점 원 포인트 회담 방식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 남북정상회담 후 한미정상회담 ‘긍정적’

남북정상회담 다음 수순은 미국과의 협상내용 공유다. ‘탑다운’ 협상을 선호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을 전달하고자 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도 “남북 간 접촉을 통해서 북한의 입장을 가능한 한 조속히 자신에게 알려달라”고 했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가급적 빠른 시기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요청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방한이 이뤄진다면, 오는 6월 일본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 즈음에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까지 대화가 잘 진행됐을 경우, 3차 북미정상회담과 남북미정상회담까지 이어지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나온다. 남북미 정상회담은 지난해 판문점 원 포인트 남북정상회담 후 문 대통령의 한 차례 밝혔던 종전선언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에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해서 종전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가능성을 열어 놨다. 3차 북미정상회담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지만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하는 것이 즐겁고 생산적”이라며 개최의사를 분명히 드러냈다. 남북미 회담과 관련해서는 “그것 또한 일어날 수 있다”며 “전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에 달려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도보다리에서 단독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눴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도보다리에서 단독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눴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 비핵화 방법론 이견 여전

대화의 불씨는 살렸지만 최상의 시나리오로 이어가기까지 난관은 적지 않다. 당장 하노이 노딜의 원인이었던 ‘빅딜’과 ‘스몰딜’ 사이 이견이 여전하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비핵화의 최종목표가 같다는 인식 하에 중간 단계로 ‘굿 이너프 딜’을 만들어보겠다는 입장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작은 거래들을 조금씩 조각조각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금 우리는 ‘빅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고, 중요한 것은 핵무기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의 추가적인 양보를 얻어내는 것도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단계적 비핵화의 일환으로 야심차게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 방안을 도출했지만, 미국 측이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은 데 대해 상당한 실망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영변에 대해 깨끗하게 폐기할 입장을 내놨지만 잘못된 화답이 왔다”며 “이런 회담을 계속해야 될 필요가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말했었다. 또한 미국이 요구하는 리비아식에 가까운 ‘빅딜’에 대해서는 거부 의사를 명백하게 밝혀왔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에 제기된 여러 가지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대화 재개의 모멘텀을 살리는 계기가 됐다”고 한미정상회담을 평가한 뒤 “빠른 시일 내에 북한과 미국과의 후속 협의를 개최하기 위한 미 측의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3차 북미회담 개최 등 향후 협상방향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아주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정상 간) 허심탄회한 논의가 있었다”면서도 “더 이상 공개를 못하는 점을 양해해 달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한 김준영 한동대 교수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문제다. 북한의 의중을 확인하지 않고 미국으로 간 거시기 때문에 확실한 타협은 사실 힘들다”며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에 가서 동력을 살려놓고 북한에 가서 의중을 파악하고 다시 트럼프 대통령을 한국으로 초청해 3차 북미정상회담을 추동한다는 의미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는 그야말로 비공개 특사를 통해서 북한과 미국의 의도를 좁히는 노력을 한 후에 공개를 했으면 한다”며 청와대의 비공개 방침을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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