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미'로 유명한 수산물 가공업체 한성기업의 실적과 점유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 / 한성기업 홈페이지 갈무리
'크래미'로 유명한 수산물 가공업체 한성기업의 실적과 점유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 / 한성기업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게맛살 브랜드 ‘크래미’로 유명한 중견업체 한성기업이 흔들리고 있다. 다가오는 창립 60주년을 맞아 재도약을 위한 발구르기에 주력해야 할 시점에서 게맛살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경쟁력이 도태되고 있는 모습이다.

◇ 사조에 선두 자리 내준 ‘크래미’

한성기업은 소시지, 게맛살 등 수산물 가공시장의 강자로 통한다. 지난 56년 간 수산물 제조가공업 분야 한우물을 파 온 한성기업은 CJ, 동원F&B 등을 제치고 업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편의점 신선식품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게맛살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켜왔는데, 여기엔 2001년 내놓은 히트상품 ‘크래미’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성기업의 아성에 급격한 균열이 생기고 있다. 원양산업이 해양자원의 자국보호 기조가 강해져 수산자원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고는 하지만, 유독 부진한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해 영업익이 전년 대비 88% 줄면서 8억원대로 곤두박질 쳤다. 한성기업의 영업익 규모가 10억원 밑으로 떨어진 건 41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던 2005년 이후 13년 만이다. 또 당기순이익(마이너스 26억원)도 적자 전환됐다.

한성기업을 떠받치는 양대 사업 모두 부진했다. 한성기업의 사업구조는 크게 어획한 수산물판매와 현지 법인과의 중계무역 등을 담당하는 ‘해외’와 자사 공장 및 관계기업(한성식품‧한성수산식품) 제품을 판매하는 ‘식품부문’으로 나뉜다. 이 중 특히 매출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해외부문에서만 25억원의 영업손실이 났다. 식품부문 역시 매출과 영업익이 전년 대비 각각 9%, 29% 씩 빠졌다.

영업실적이 급락하면서 업체들 간 경쟁에서도 밀려나고 있는 형국이다. 크래미를 앞세워 굳건히 지켜오던 업계 1위 자리를 경쟁사에 내주는 지경에 이르렀다. 2015년 국내 게맛살 시장점유율이 40%이 깨진 한성기업은 이후 3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끝에 2017년 사조에 추월당했다. 급기야 지난해 한성기업의 시장점유율은 27.4%까지 내려갔다. 반면 사조는 전년 대비 8.1%p 늘면서 45.3%까지 치솟았다.

한성기업은 창립 60주년과 3세 경영시대라는 큰 변곡점을 맞고 있다. 오는 2023년은 창업주인 임상필 회장이 수산보국의 신념 아래 수산업계에 뛰어 든 지 60년이 되는 해다. 하지만 저조한 연근해 어업과 부족한 양식어장, 원양어선의 노후화, 입어료 상승 등 시장여건이 나빠 성장 동력을 찾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여기에 3세 경영시대를 열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임우근 회장의 장남인 임준호 대표가 극동수산을 이끌며 승계를 준비 중에 있는데,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이 회사는 지난해 6억원의 영업손실을 남기며 적자 전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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