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를 열고 집권 2기 공식 출범을 알렸다. 이를 계기로 북한은 전면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 뉴시스,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를 열고 집권 2기 공식 출범을 알렸다. 이를 계기로 북한은 전면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 뉴시스, 노동신문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권 2기 공식 출범을 알렸다. 11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가 바로 그 신호탄이다. 이번 회의는 지난달 대의원 선거를 치른 뒤 처음 개최된 만큼 기수 변경과 함께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이로써 지도부 내 고령자들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표적 인물이 김영남과 최태복이다. 두 사람은 최고인민회의에서 각각 상임위원장과 의장으로 행정부·입법부를 이끌었지만 90세가 넘는 고령 탓에 은퇴 가능성이 자주 거론돼왔다. 

◇ ‘핵심 인물 5인’ 최룡해-박태성-김재룡-최선희-리만건

따라서 이날 선임된 후임자들은 김정은 시대에 떠오르는 신흥세력이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후임엔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선출됐다. 특히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관할하는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에도 이름을 올려 ‘2인자’로서 자리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태복 의장의 후임엔 박태성 당 부위원장이 낙점됐다. 그가 과학·교육 분야를 담당해온 전문가라는 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주력 방향이 좀 더 분명해졌다.

실제 김정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전날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과학·교육 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력갱생’과 ‘사회주의 건설’이 결국 과학과 교육에 달렸다는 얘기다. 여기에 경제사령탑을 교체해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내각 총리를 맡았던 박봉주가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그의 후임으로 김재룡 자강도당 위원장을 깜짝 발탁했다. 지방의 도당 위원장이 고속 승진한 첫 사례다.

일각에선 이번 인사의 핵심 인물로 김재룡 위원장을 꼽는다. 그가 관장해온 자강도가 상징적 의미를 준다. 자강도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 북한에서 경제난 극복을 위해 내세운 ‘강계정신’ 슬로건의 발원지다. 이후 군수공업의 본산으로서 산간 오지임에도 불구하고 전력 확보 성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보인다. 강계정신이 대북제재 상황에서 내세운 자력갱생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미국통’ 최선희 외무성 부상도 주목할 만하다. 김재룡 위원장이 전원회의에서 후보위원을 거치지 않고 당 정치국 위원으로 호명된 것처럼 최선희 부상도 후보위원을 건너뛰고 당 중앙위원으로 직행했다. 뿐만 아니다. 국무위원회 위원에 새로 선임됐다. 북미 협상을 담당해오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도 함께다. 

당초 세 사람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책임으로 문책이 예상됐지만, 도리어 건재한 모습을 보였다. 이들이 속한 국무위원회는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소통이 가능하다. 김정은 위원장이 여전히 북미 협상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룡해 부위원장의 보직 이동으로 공석이 된 당 조직지도부장은 리만건 제1부부장의 승진이 점쳐지고 있다. 그는 당 군수공업부장으로 핵·미사일 개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후 조직지도부로 이동해 당시 부장이었던 최룡해 부위원장과 손발을 맞췄다. 예상대로 리만건 부부장의 승진이 사실이라면, 향후 그의 행보도 북한 권력 이동을 파악하는데 중요 단서가 된다. 조직지도부장은 북한 간부들에 대한 인사·통제·검열을 담당하고 있어 힘이 막강하다. 

때문에 일각에선 최룡해 위원장이 서열(2인자)과 달리 조직지도부장 때보다 힘이 약해진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일종의 견제다. 김정은 위원장은 정권 실세들 간 상호 견제와 숙청을 통해 2인자를 견제해왔다. 반대로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관할하는 국무위원회는 이번 회의를 통해 지위가 강화됐다. 국가수반의 반열에 오른 최룡해 위원장에게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을 맡기면서, 그가 가진 법적 지위마저 확보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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