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매각 추진 소식에 한익스프레스의 주가가 출렁이고 있다. /한익스프레스
아시아나항공 매각 추진 소식에 한익스프레스의 주가가 출렁이고 있다. /한익스프레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추진되면서 재계 및 관련업계에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와 관계된 기업들의 주가도 출렁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범 한화가(家)로 분류되는 한익스프레스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한익스프레스의 주가는 지난 15일 상한가로 치솟았다. 이어 지난 16일에도 장중 한때 상한가에 근접한 뒤 전일 대비 21.8% 상승한 주가로 마감했다. 지난 12일만 해도 5,570원에 머무르던 주가가 16일 8,820원까지 치솟았다. 불과 2거래일 만에 주가가 58.3%나 오른 것이다.

이어 17일엔 정반대 행보가 이어졌다. 하락세로 시작한 주가가 장중 한때 7,500원대까지 내려가는 등 10%대가 넘는 하락폭을 보였다.

한익스프레스의 이 같은 주가 흐름은 지난 15일 발표된 아시아나항공 매각 추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러 인수후보들이 거론되면서 재계 및 관련업계가 뒤숭숭한 가운데, 그 영향으로 주가가 출렁이고 있는 것이다.

한익스프레스는 일반화물은 물론 화학류, 방산품, 유독물 등 특수화물까지 취급하는 물류회사다. 1979년 설립된 삼희통운을 뿌리로 삼고 있어 올해로 3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다만, 한익스프레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5,658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약 350여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는 중견기업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만한 규모와 거리가 멀다. 적잖은 변화가 예고되는 항공업계와도 별다른 연관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익스프레스의 주가가 요동친 이유는 한화그룹의 방계회사로 분류된다는 데에 있다. 한익스프레스의 최대주주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누나인 김영혜 씨다. 지난 2009년 아들인 이석환 한익스프레스 대표와 함께 지분 50.77%를 매입하며 한익스프레스를 인수했다.

김영혜 씨는 아버지인 고(故)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주로부터 제일화재를 상속받은 바 있다. 제일화재의 경영은 김영혜 씨의 남편이자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의 차남인 이동훈 전 제일화재 회장이 맡았다. 하지만 2008년 메리츠화재가 적대적 M&A를 시도하자, 한화그룹에 제일화재를 넘겼다. 그 반대급부로 받은 것이 한익스프레스다.

한익스프레스는 김영혜 씨와 이석환 대표에 인수된 이후 한화그룹의 제약계열사 드림파마로부터 물류사업 부문인 웰로스를 인수합병하며 덩치를 키웠다. 사실상 한화그룹의 물류부문을 담당하게 되면서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한 것이다. 실제 2008년 연매출 규모가 1,300억원대 수준이던 한익스프레스는 연매출 5,000억원대의 중견기업으로 급성장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일감 지원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분관계가 없어 계열사로 분리되진 않지만, 김승연 회장의 친인척 회사라는 측면에서 일감 몰아주기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추진 소식에 한익스프레스 주가가 출렁인 이유 역시 이러한 맥락과 닿아있다. 한화그룹은 항공기 엔진 제작·정비사업을 영위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계열사로 두고 있고, 과거 항공업계 진출을 추진한 바 있어 유력한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한익스프레스의 주가가 급등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화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능성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이러한 기대는 한화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 물류관련 일감이 크게 증가하는 등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한다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다. 한 주식시장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체가 향방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설사 한화그룹이 인수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한익스프레스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게 될지 미지수다. 단발성 이슈에 의해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테마주에 대한 투자는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익스프레스를 이끌고 있는 이석환 대표는 ‘재벌 갑질’의 원조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1994년 또 다른 재벌 2세와 함께 새벽 시간에 그랜저를 타고 도산대로를 달리던 중 프라이드 차량이 끼어들자 해당 차량을 세운 뒤 운전자를 집단 폭행했다. 차량이 끼어들고, 운전자가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는 것이 폭행의 이유였으며 폭행엔 도로변에 있던 화분 및 벽돌까지 동원됐다. 이로 인해 프라이드 동승자는 뇌출혈로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사후대처 또한 논란을 일으켰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석환 대표의 부친 직업을 제일화재 회장이 아닌 ‘보험회사 직원’으로 축소했고, 상부에 보고도 하지 않았다. 이석환 대표와 함께 있던 또 다른 재벌 2세는 현장에서 도망쳐 이틀 뒤 영국으로 출국하려다 공항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또 다른 재벌 2세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신준호 푸르밀 회장의 장남인 고(故) 신동학 씨로, 지난 2005년 사고로 사망했다.

이들은 1994년 4월 집행유예로 풀려났으며, 당시 법원은 “전과가 없고, 술을 마신 뒤 벌인 우발적 폭행이었던 점을 참작한다”며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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