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원 영산강유역환경청장이 여수산업단지 사업장들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조작을 적발했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최종원 영산강유역환경청장이 여수산업단지 사업장들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조작을 적발했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LG화학, 한화케미칼 등 대기업이 포함된 전남 여수산업단지 사업장들의 대기오염물질 측정 조작이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뒤늦게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대기업으로서 책임과 모범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환경부와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지난 17일,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조작한 측정대행업체 4곳과 사업장 235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4곳의 측정대행업체는 지구환경공사, 정우엔텍연구소, 동부그린환경, 에어릭스다. 이들에게 측정을 의뢰하며 조작을 공모한 사업장 중엔 굵직한 대기업인 LG화학과 한화케미칼도 포함됐다. 이밖에 에스엔엔씨, 남해환경, 쌍우아스콘, 대한시멘트 등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조작 실태는 충격 그 자체다. 대기오염물질 측정 기록을 조작하거나 허위로 꾸몄다. 실제 측정을 하지도 않고 기록한 것이 8,843건에 달했고, 측정치를 축소한 것도 4,253건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은 메신저 또는 이메일 등을 통해 대놓고 조작을 공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뢰업체가 특정 측정치를 요구하면 대행업체가 이에 맞춰주는 식이다.

이 같은 행태는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측정의 의미를 퇴색시켰을 뿐 아니라, 관계당국을 농락하는 것이었다. LG화학의 경우 조작된 측정치를 바탕으로 대기기본배출 부과금을 면제받았다. 염화비닐 배출 기준치를 173배나 초과하고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조작한 덕분이었다.

LG화학은 환경부의 발표 직후 신학철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통해 “참담한 심정으로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며 모든 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해당 시설을 폐쇄하고, 위해성·건강영향평가를 투명하게 진행한 뒤 결과에 따라 보상을 실시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화케미칼 역시 유감의 뜻을 밝혔다. 다만 담당자가 공모 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관련 증거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조사에 성실히 임해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과와 해명에도 이들을 향한 비판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일탈행위는 전국적으로 미세먼지가 심각했던 상황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편, 환경부는 이러한 실태가 비단 여수산업단지에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전국 일제 점검 등을 실시한 뒤 종합개선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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