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투어가 회계장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나투어
하나투어가 회계장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나투어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하나투어가 최대 악재를 맞았다. 지난달 해외 공항에서 여행객 방치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데 이어, 이번엔 실적 조작 의혹에 휩싸인 것. 수년간 여행업계가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가운데 홀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해온 하나투어가 실상은 이중장부를 관리해왔다는 주장이다.

◇ 해외 협력사 “하나투어, 이중장부 만들어 실적 조작”

<시사저널>은 최근 금융감독원이 하나투어가 장부 조작을 통해 분식회계를 해왔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접수했다고 17일 보도했다. 해당 진정서는 하나투어의 홍콩 담당 협력업체 대표 A씨가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여행사가 랜드사 경비에 대해 정상적으로 세금계산서를 처리하지 않을 경우 얼마든지 회계 조작이 가능하다”면서 하나투어의 장부조작을 주장했다.

하나투어는 전 세계 1,800여 곳의 랜드사(현지 협력업체)를 두고 있다. 이들 업체는 하나투어가 판매한 여행상품대로 행사를 진행하고, 하나투어 측으로부터 지상비(행사비)를 지급받는다.

그러나 하나투어가 협력업체에 실제 발생한 지상비보다 적은 금액으로 청구서를 작성하게 한 다음 그 차액을 미수금으로 달아두게 하는 방식으로 실적을 조작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최근 금융당국이 회계 조작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을 뿐 아니라, 갑질 논란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하나투어와 주고받은 청구서와 내부 전산자료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료는 2015년 3월 9일부터 3월 15일까지 거래내역으로, 이 기간 동안 발생한 지상비는 총 1억4,219만원이다. 그러나 미수와 과수 처리를 통해 실제 협력업체에 지급된 돈은 1억3,602만원이었다.

문제는 하나투어 내부 전산자료에는 실제 지급된 돈이 아니라 최종 송금액으로 표시돼 있다는 점이다. A씨를 이를 두고 하나투어가 회계처리를 투명하게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중장부를 통해 미수와 과수 장부를 따로 관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하나투어에서 미리 작성한 청구서에 협력업체가 사인을 하지 않으면 지상비 정산이 되지 않아 사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최근 몇 년간 하나투어와 거래한 자료를 모두 금감원에 제출했다. 아울러 “다른 해외 협력업체들도 미수금을 쌓아놓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분식회계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내용을 금감원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하나투어 “조작 자체 불가능... 법적대응 검토”

<시사저널>의 취재에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던 하나투어는 보도가 나오자 공식입장문을 내며 반발하고 있다. A씨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며, 악의적 의도로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는 게 사측의 해명이다.

하나투어는 18일 공식입장문을 통해 “랜드사가 지상비를 청구하면 해당 금액을 지정 외국환 은행을 통해 전신환으로 송금하는 구조로, 모든 은행 거래 기록이 남아 회계 조작이 불가능하다”면서 “회사뿐 아니라 주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사안이라 제보자와 언론사에 대한 법적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장여행사로 20년간 외부회계감사를 통해 적정의견을 받았다”면서 “당사의 내부 전산자료와 정산내역, 실제 송금한 금액은 일치하며, 이중장부를 통해 미수와 과수를 따로 관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사저널>은 하나투어가 경영악화에 따른 매출 감소로 인해 지난해 홍콩 기업에 매각을 추진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서도 하나투어는 “창립 이래 구조조정을 단 한 차례도 진행한 적 없으며, 지난해에도 급여 지급을 늦추거나 지급하지 못한 경우도 없었다”고 못 박았다.

하나투어의 강경한 입장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미지 타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해당 보도 직후 SNS에서는 하나투어의 회계조작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네티즌들의 요구가 거셌다.

한편 하나투어는 2015년 말에도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 거액의 추징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 이번 의혹에 대해 금융당국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결과에 따라 하나투어가 입게 될 타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