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난 폼페이오 국무장관. /노동신문 캡쳐.
지난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난 폼페이오 국무장관. /노동신문 캡쳐.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당초 강경파에 분류됐던 인물이다. CIA 국장 시절,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완성을 예측하고 강경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창해왔다. 강경한 대응에는 대북제재 등 최대압박은 물론이고 군사적 옵션까지 내용에 포함돼 있었다. 존 볼턴 백악관 보좌관과 함께 폼페이오 장관이 매파로 꼽혔던 이유다.

지난해 3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CIA 국장을 국무장관으로 임명하자, 한반도 상황이 더욱 엄혹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전임 국무장관이자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거의 유일한 비둘기파였던 렉스 틸러슨이 다소 불명예스럽게 해임됐다는 점에서 심상치 않았다. 더구나 당시는 평창올림픽 공동참가에 이어 남북정상회담이 논의되는 국면이어서 걱정은 더 컸다.

하지만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그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워싱턴D.C와 평양을 오가며 김영철 부위원장과 북미협상을 주도했으며, 역사적인 싱가포르 합의를 도출해냈다. 김정은 위원장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미국 고위급 인사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대화’에 노력을 기울였다. 볼턴 보좌관과 대비해 ‘비둘기파’로 보는 시각이 많아졌다.

그런데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에 폼페이오 장관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지면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실제 폼페이오 장관은 볼턴 보좌관과 함께 북측에 ‘빅딜’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강연과 인터뷰 등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에 의지를 밝히면서도, 대북제재 해제는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진 다음에 가능하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과거 CIA 국장 시절의 매파로 돌아간 셈이다.

이에 최근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최선희 외부성 부상이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하노이 회담 결렬의 책임자로 폼페이오 장관을 지목했다. 심지어 18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의 입을 빌려 “폼페이오가 아닌 원만하고 원숙한 인물이 대화상대로 나서기 바란다”며 담당 파트너 교체를 요구하기도 했다. 

북한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은 별다른 응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각) UAE 외교부 장관과 회담에 앞서 취재진들로부터 관련 질의를 받았으나 웃음을 머금은 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국무부는 “미국은 여전히 북한과 건설적 협상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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