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고소남발 영화감독 김기덕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기덕사건공동대책위원회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고소남발 영화감독 김기덕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기덕사건공동대책위원회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김기덕 영화감독의 퇴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후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최근 이 같은 김 감독의 행보가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올 들어 여러 건의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여성계와 영화계는 피해자의 입을 틀어막는 역고소(역소송) 중단과 함께 김 감독의 사과와 자숙을 촉구했다.

‘영화감독김기덕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고소남발 영화감독 김기덕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이 열린 다음날인 19일, 김 감독은 심사위원 자격으로 제41회 모스크바 영화제에 참석한 상태다.

김 감독은 활발한 해외활동 외에도 소송 제기도 적극적이었다. 지난 3월 한국여성민우회를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최근에는 피해자 A씨와 MBC를 상대로도 10억원의 손해배상총구 소송을 제기한 것. 당초 이날 기자회견에는 A씨가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건강 악화로 결국 참여하지 못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홍태화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사무국장은 “세계적인 미투 운동 속에서도 김기덕 감독은 보란 듯이 해외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김 감독을 두둔하며 피해자가 촬영현장을 무단이탈했다고 주장한 프로듀서도 현재 왕성히 활동 중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해자와 가해자를 두둔하는 자는 영화계에 활발히 남고 피해자는 영화계를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 영화 현실이라니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박건식 MBC <PD수첩> PD는 “지난 1년간 김기덕편은 물론 장자연편과 김학의·윤중천편도 방송했다. 이들 사건 모두 여성들이 권력 앞에 인격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접대도구로 존재해왔던 사건”이라며 “그 중 가장 심각한 곳이 영화계가 아니었나 싶다. 피해를 입은 분들은 점점 비참해지고 가해자들이 더욱 승승장구 하는 것만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성폭력 가해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역고소하는 문제는 오래 전부터 지적돼 왔다. 미투 운동이 활발했던 지난해에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고은 시인과 안희정 전 도지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은 시인의 경우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패소했고, 안 전 지사는 피해자를 위해 증언하는 증인을 상대로 모해위증죄로 고소했지만 불기소처분이 내려졌다.

이에 대해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고소하면서 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성폭력 범죄의 특성상 증거를 제시하기 어려운 점을 이용해 처벌을 피하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김기덕 감독이 역고소를 통해 출구를 찾고 있다면 그 출구의 끝은 더 큰 부끄러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여성민우회는 김기덕 감독의 소송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김기덕 감독은 단 한 번의 사과도 없이 다른 미투 가해자들과 판이한 행보를 가고 있다”면서 “더 큰 목소리, 더 큰 연대로 김기덕 감독의 아집과 독선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이고도 성차별적인 것인가를 반드시 확인시켜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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