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에 대한 매각을 추진 중인 가운데, 에어부산을 둘러싼 분위기가 묘하게 형성되고 있다. /에어부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에 대한 매각을 추진 중인 가운데, 에어부산을 둘러싼 분위기가 묘하게 형성되고 있다. /에어부산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의 매각을 추진하고 나선 가운데, 에어부산을 둘러싼 기류가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15일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을 통째로 매각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자구계획안을 제출했다. 항공업계는 물론 재계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매각 추진이다.

실제 재계와 항공업계는 매각 추진 발표 직후부터 들썩이고 있다. SK그룹, 한화그룹 등 굵직한 대기업을 비롯한 인수후보들이 거론되며 몇몇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출렁이기도 했다. 항공업계 역시 대대적인 재편을 앞두고 저마다의 셈법 속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산을 기반으로 출범해 지난해 3수 끝에 상장에 성공했던 에어부산은 또 다른 이유로 주목을 끌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매각 추진을 발표하며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을 하나로 묶어 매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도 시너지효과 등을 고려했을 때 ‘통매각’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와 관련해 우선 부산지역에서는 다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는 “‘향토기업’ 에어부산은 지역에서 지켜야 한다”며 부산지역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부산지역 차원의 공동인수 등 대책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목소리는 에어부산의 태생적 특징에 기반을 두고 있다. 에어부산은 부산지역 시민들의 편의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2007년 설립됐다. 여기엔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부산시와 부산에 기반을 둔 기업들이 참여했다. 지분구조는 아시아나항공이 46%, 자사주가 5.99%, 부산시 및 부산지역 기업들이 48.01%였다.

이 같은 지분구조는 지난해 12월 상장을 계기로 변화를 맞았다. 지난해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은 44.17%, 자사주는 0.21%가 됐고, 부산시 및 부산지역 기업들의 지분 상황은 정확히 공개된 것이 없다. 다만, 1% 미만의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들의 지분이 총 8.66%로 집계된 만큼 예전에 비해선 감소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부산지역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에어부산이 새 주인을 맞은 뒤 부산지역을 뒷전으로 미룰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자칫 수익성을 최우선시하는 사모펀드에 매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이러한 우려는 앞서 상장 과정에서도 꾸준히 제기됐고, 에어부산이 두 차례 상장에 실패한 이유이기도 했다.

에어부산의 독자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분리매각이 유리하다는 지적 또한 제기된다. 에어부산은 현재 LCC업계에서 충분히 자리를 잡은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에어서울 등과 시너지효과도 기대할 수 있지만, 독자적인 경쟁력 강화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다. 이번과 마찬가지로 아시아나항공과 에어서울의 영향을 받을 여지가 있다는 점 또한 고려할 부분이다.

특히, 이와 관련해 현재 에어부산의 항공기 운영 방식이 다소 비효율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이 리스로 빌린 항공기 중 일부를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항공기를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중간 마진을 떼어가면서, 에어부산은 다른 LCC에 비해 리스 비용 부담이 큰 상황이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순수 항공기 리스 비용으로 764억원을 지출했다.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1.7%였다. 반면, 제주항공의 경우 항공기 뿐 아니라 항공기재까지 포함한 리스 비용이 1,317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10.5%였다. 오로지 에어부산 입장에서만 따져본다면, 분리매각을 통해 이러한 비효율을 끊는 것이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얽힌 관계는 ‘통매각’ 추진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에 항공기를 재임대하며 받는 수익을 담보로 장기차입금을 빌린 상태다. 만약 분리매각된 뒤 리스 계약이 끊어질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해당 차입금을 조기상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어쨌든 현 상황에서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은 자금력이 충분한 쪽이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통째로 품은 뒤 부산지역과 신로를 구축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어떠한 것도 예측할 수 없다. ‘통매각’이 난항을 겪을 수도, 매각 과정에서 부산지역의 반발이 거세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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