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2019년의 대한민국을 표현하는 말 중 절대 빠질 수 없는 말이 있다. 바로 ‘배달공화국’이다.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누적 다운로드 수가 2014년 1,500여만건에서 올해 초 4,000만건으로 증가했고, 월간 2,800만건의 주문이 이뤄지고 있다. 요기요 역시 5년 전에 비해 주문건수가 12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을 만들어낸 것은 1인가구의 증가와 편리함을 추구하는 세태의 확산, 그리고 배달앱 업체의 폭발적인 성장이다. 과거엔 배달시켜 먹을 수 있는 메뉴 등에 한계가 있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사실상 모든 음식을 내 앞에 가져다 놓을 수 있게 됐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새로운 시장의 등장 및 고용창출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하지만 배달음식 시장의 성장에 따른 편리함 이면엔 여러 그늘도 존재한다. 배달공화국이 한층 더 성숙하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할 과제들을 짚어본다.

늘어나는 배달비와 최소주문금액 등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배달앱의 증가하는 배달비와 최소주문금액 등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 서울에서 1인 가구 생활을 하고 있는 직장인 A씨.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려 바깥 활동이 여의치 않게 된 A씨는 지난 주말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폰에 깔린 배달앱을 작동시켰다. 유튜브를 볼 때마다 거쳐야하는 광고 영상에서 “1인분도 배달 가능하다”는 가수 선미의 말이 문뜩 떠올랐던 것. 하지만 잔뜩 기대감에 부풀었던 A씨는 이내 허탈감에 빠져야 했다. ‘1인분’ 카테고리에 들어가 보니 대부분 최소주문금액 조건이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기존 서비스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느낀 A씨는 애먼 선미가 원망스럽게 느껴졌다.

배달앱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점점 더 커지는 배달비 부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더 이상 배달이 공짜인 시대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눈뜨고 돈 떼인다는 기분을 떨칠 수 없다.

최근 시장조사전문 엠브레인이 ‘배달앱’ 대한 소비자 인식을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5.3%가 ‘배달비는 왠지 지불하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고 답했다. ‘왜 배달비를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63.7%에 달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한국의 배달 문화가 배달앱 등 관련 업체들의 비즈니스 전략에 의해 정체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2,000원은 ‘양반’ 늘어나는 배달비 부담

서비스 도입 초기 건당 1,000원~2,000원 남짓하던 배달비는 현재 3,000원을 넘는 곳도 부지기수다.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등 배달앱을 보면 4,000원을 넘어 5,000원을 요구하는 곳 또한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1.5km 정도의 기본 거리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배달지역이 더 멀어지거나 우천과 같은 날씨의 영향에 따라 추가 수수료를 지급하는 업소도 존재한다. S사의 5,000원짜리 샌드위치 하나를 시켜 먹을 경우 배달비가 제품 가격을 추월하는 말 그대로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배달비에 대한 불만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배경엔 배달비가 음식 가격 인상의 ‘대체재’로 활용되고 있는 측면이 자리 잡고 있다. 음식 가격 인상이 단행되면 소비자들의 원성이 커지고, 심지어 불매운동으로 퍼지는 일까지 발생하자 업소들은 배달비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걸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해 한 치킨 프랜차이즈는 치킨 가격을 올리는 대신 그동안 음식 값에 포함돼 있던 배달비를 건당 2,000원씩 받는 유료화 정책을 편 바 있다. 이러한 배경은 업종을 막론하고 요식업계 전반에 배달비 문화를 빠르게 확산시켰다.

최소주문금액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배달비를 따로 지불함에도 최소주문금액을 설정하고 있는 지금의 기준은 소비자들에게 이중 부담을 안기는 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한 한 청원자는 “(최소주문금액을) 꼬박꼬박 맞춰서 배달시켰는데, 배달비가 따로 붙는다면 최소주문금액을 맞출 필요가 없지 않나. 둘 중 하나를 없애는 게 맞는 게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 “1인분도 배달해 드립니다” 단 조건은…

‘1인분’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배달앱 업체들은 1인 가구와 혼밥족이 증가하는 사회 추세에 맞춰 별도로 1인분 배달이 가능한 업소를 구분해 표시하고 있는데, 해당 카테고리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존 서비스와 차이점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1만원에 가까운 최소주문금액을 설정하고 있는 업소가 적지 않다.

서울시 중구 을지로의 한 생과일 음료 프랜차이즈 업체는 1인분 배달이 가능한 곳으로 분류돼 있으면서, 최소주문금액 기준을 1만원으로 설정해 놓고 있다.

개별 업소들은 배달비를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자체적으로 배달원을 고용하기에는 인건비나 보험료, 배달앱 수수료 등의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서울 강동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1,000~2,000원 하는 배달비가 한 달 모이면 적지 않다. 배달료를 받지 않았던 적도 있는데, 그렇다고 주문량이 크게 늘어난 것도 아니었다”며 “다른 업소도 배달료 받는데 굳이 우리만 받지 않고 손해를 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업소들 입장에서도 배달비 문화를 확산시킨 배달앱을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하고 있는 측면이 다분하다. 지난 연말 소상공인연합회가 리서치랩에 의뢰해 실시한 한 조사에서 응답 업체의 43.5%가 ‘다른 업체와의 경쟁 등 영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배달앱을 이용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응답자의 상당수는(41.3%)는 ‘배달업체의 광고비 폭리’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는데, 소상공인들이 배달앱 광고 서비스에 지불하는 비용은 월 평균 40만4,000원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소비자와 업주 모두 배달비로 인한 불만과 고충이 적지 않은 가운데, 정작 배달비 문화를 선도한 배달앱 업체들은 여러 광고상품 등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며 논란은 회피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배달비와 최소주문가능금액은 배달의 민족이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며, 가게 업주들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요기요·배달통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 측 역시 “(배달비는) 음식점에서 자체적으로 책정하는 비용으로 여기에 대해서는 배달앱이 어떤 관여도 할 수 없다”며 같은 입장을 보였다. 다만 “지난해 11월부터 음식점의 수수료 부담을 덜고, 1인분 메뉴 배달 시장 확대를 돕기 위해 1만원 이하 주문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폐지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