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러는 예상됐던 일이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우방국과의 관계 강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 뉴시스,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러는 예상됐던 일이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우방국과의 관계 강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 뉴시스, 노동신문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북러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러시아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 하반기에 방문하기로 한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구체적인 방문 시기와 정상 간 회담 장소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현지에선 내주께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만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의전을 총괄하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이미 극동지역을 다녀갔기 때문이다.

◇ 김정은의 러시아행… 푸틴 1년 기다렸다

예정대로 두 정상의 만남이 성사되면 양국 관계 진전의 계기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회담은 2011년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시베리아 울란우데를 방문해 당시 드리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만난 이후 8년 만에 열리는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첫 대면이기도 하다. 여기엔 김정은 위원장의 고민이 있었다. 지난해 5월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통해 푸틴 대통령의 방러를 초청받았으나 선뜻 나서지 않았다.

그렇다면, 김정은 위원장은 왜 1년여 만에야 푸틴 대통령의 방러 초청을 받아들인 것일까. 이는 두 정상의 회담 의제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외교 전문가들은 북한과 러시아의 경제협력 확대 방안 및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해제 방안을 논의할 것이란 의견에 무게를 실었다.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북한이 대북제재로 고전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북미 회담 결렬 이후 냉각기가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로 문재인 대통령의 북미 관계 속 중재 역할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로 문재인 대통령의 북미 관계 속 중재 역할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 뉴시스

사실상 북러 회담은 예상됐던 일이다. 러시아는 그간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 조치로 유엔 안보리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특히 러시아는 미국과 함께 안보리 상임이사국 P5(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중 하나로,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의 지속 이행 여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만약 북미 회담이 이대로 틀어질 경우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 북한으로선 러시아만큼 좋은 협상 상대가 없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는 대미 압박 차원이라는 해석이 많다. 다시 말해, 김정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협상에만 의존하지 않고 전통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대북제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구상을 보여준 것이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러시아의 이해도 맞아떨어진다. 극동지역 개발과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앉기 위해선 북한의 협조가 필요하다.

현 상황으로 볼 때, 러시아는 북한의 도움 요청을 외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제재 완화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될 경우 북미 협상 과정에서 역할을 잃게 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안으로 제시한 ‘북미간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에 차질을 빚은 셈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4·11 한미 정상회담 이후 제4차 남북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으나 김정은 위원장은 별다른 응답이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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