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구 교학사 공장 전경. / 네이버 지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사진으로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의 파견업체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서울 금천구 교학사 공장 전경. / 네이버 지도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교학사가 연이은 악재에 교과서 제조업체로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사진으로 발생한 논란이 진정되기 무섭게 이 회사 교과서가 근로기준법을 어긴 채 제작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 주말근무에도 주휴수당 안 준 파견업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노비로 표현한 합성사진을 교과서에 기재해 뭇매를 맞은 교학사의 교과서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며 만들어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1일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 119를 통해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한 대학생 A씨의 사연은 이렇다.

A씨는 지난 1월 중순부터 한 파견업체를 거쳐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교학사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평일 오전 8시 30분에 출근해 밤 9시에 퇴근한 A씨는 토요일과 일요일도 일했지만 일주일 후 입금된 임금에는 기본급만 입금돼 있었다. 주휴수당인 연장, 휴일근로 가산수당은 없었다.

주휴수당을 왜 주지 않느냐는 A씨의 문의에 파견업체 측은 “(주휴수당은) 열심히 일했을 때 수고했다고 주는 것이지 꼭 줘야 하는 게 아니다. 꾸준히 다니는 직원에게만 준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근로계약서를 체결하지 않았으며, 점심시간을 40분만 부여하고 그 중에서도 15분만 사용하게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주 후에는 물량 감소를 이유로 갑자기 파견근로 계약을 종료했다는 의혹도 산다.

A씨와 동료 B씨는 직장갑질 119의 도움으로 노동청에 이를 신고 한 후에야 체불된 임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주휴수당 지급 의무가 없다는 주장을 펴 온 파견업체가 근로기준법 위반을 인정한 셈이다.

◇ “교과서 집필 멈춰야”… ‘노비’ 사진 일파만파

불과 한 달 전 교학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노비’로 표현한 합성사진을 교과서에 기재하는 ‘대형사고’를 쳤다. 담당 직원의 실수라는 사측의 해명에도 문제의 사진은 인터넷에서 ‘노무현 노비’라는 키워드를 넣어야 검색되는 이미지로 알려지면서 고의성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지난 15일엔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건호 씨가 교학사를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사태는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불거진 파견업체의 근로기준법 위반 의혹은 교학사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념이나 갑질과 같은 이슈는 교과서 제조업체인 교학사의 대외 이미지와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실제 교학사의 교과서 집필 자격을 묻는 여론이 일고 있다.

최근 서울시민연대 등은 교학사 출판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학사는 (노 전 대통령 사진에 대한) 반성의 기미 없이 단순 직원의 실수라고 변명하고 있다”며 “교학사는 과거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국정교과서를 집필했다. 특히 위안부가 자발적으로 일본군을 따라다녔다고 기술하거나 제주 4·3 사건을 왜곡하는 망언을 교과서에 올리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학사의 잘못된 역사 인식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며 “교학사는 한국사뿐만 아니라 모든 교과서 집필 사업을 멈추고 폐업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