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코리아가 2019년형 아테온의 출고 연기 속에 4월 판매실적이 ‘0대’에 그칠 위기를 맞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 홈페이지
폭스바겐코리아가 2019년형 아테온의 출고 연기 속에 4월 판매실적이 ‘0대’에 그칠 위기를 맞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 홈페이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8대.' 폭스바겐코리아의 지난 3월 판매실적이다. 1월 404대, 2월 62대에 이어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해 판매재개 이후 날개를 펴는 듯 했던 폭스바겐코리아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수입차업계 ‘빅4’로서의 위상 회복이 더디기만 하다.

저조한 판매실적의 원인은 간단하다. 현재 판매할 수 있는 모델이 사실상 없다. 자동차 회사로서는 다소 황당한 상황이다.

폭스바겐코리아가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하고 있는 국내 시장 라인업은 파사트 TSI, 파사트 GT, 티구안, 티구안 올스페이스, 아테온 등 5종이다. 하지만 정작 판매가 가능한 모델은 사실상 없다. 강화된 연비인증 기준인 ‘국제표준시험방식(WLPT)’에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부터 적용되고 있는 WLPT는 중·소형 경유차량에 대한 실내실험방식으로, 도로에서 실제 발생하는 상황을 최대한 반영해 기준이 한층 강화됐다.

현재 폭스바겐코리아의 모델 중 WLPT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2019년형 아테온 뿐이다. 하지만 안전인증 관련 절차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출고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고객들의 불만 역시 갈수록 쌓여가는 형국이다.

가솔린 모델과 디젤 모델로 나뉘는 파사트는 아예 단종됐다. 지난 1월 공개된 신형 파사트가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이지만, 언제부터 판매될지는 기약할 수 없다. 폭스바겐을 대표하는 인기모델인 티구안과 골프 역시 WLPT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당장 4월 판매실적이 ‘0’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아테온의 출고가 이달 중 이뤄지지 못한다면, 다른 방도가 전혀 없다. 배출가스 조작파문으로 판매정지 조치가 내려졌던 당시의 악몽을 또 다시 재현하게 되는 셈이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이 비단 폭스바겐코리아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 수입차브랜드들이 강화된 WLPT로 인해 판매실적이 감소하는 등 영향을 받고 있다. 다만, 폭스바겐코리아가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고, 향후 전망도 어둡다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배출가스 조작파문 이전까지 벤츠, BMW, 아우디 등과 함께 수입차업계 ‘빅4’로 자리매김해왔던 폭스바겐코리아는 2016년 판매정지 조치를 받으면서 개점휴업 상태에 놓인 바 있다. 1년을 통째로 날린 2017년엔 아예 연간 판매실적이 ‘0’이었다.

이후 지난해 판매재개가 이뤄지면서 폭스바겐코리아는 부활을 날갯짓을 펴는 듯 했다. 대대적인 할인 공세를 펼친 측면도 있지만, 연간 1만5,000여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단숨에 수입차업계 4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자신들이 일으킨 논란으로 인해 강화된 인증기준에 또 다시 발목을 잡히면서 폭스바겐코리아의 2019년은 짙은 어둠이 내려앉고 있다. 특히 여전히 진행 중인 소송과 끊이지 않고 제기되는 한국 시장 무시 논란 등은 폭스바겐코리아를 더욱 곤란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코리아는 2019년형 아테온의 출고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제 궤도로 올려놓은 뒤 티구안 등 주력모델들의 판매재개 역시 도모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WLPT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물량 확보 등의 문제가 남아있는 만큼, 판매실적 회복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강화된 인증기준인 WLPT로 인해 수입차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폭스바겐코리아는 재차 개점휴업 상태에 놓일 위기”라며 “오락가락 불안정한 판매실적이 이어지면서 적자 폭 등 경영 또한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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