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이 베일을 벗었다. (왼쪽부터) 봉준호 감독·최우식·조여정·장혜진·박소담·이선균·송강호 /뉴시스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이 베일을 벗었다. (왼쪽부터) 봉준호 감독·최우식·조여정·장혜진·박소담·이선균·송강호 /뉴시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기발한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온 봉준호 감독이 신작 ‘기생충’으로 돌아왔다. 그의 ‘페르소나’ 송강호와 네 번째로 호흡을 맞췄고,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다섯 번째로 칸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최근작이 최고작이었으면 좋겠다”는 봉준호 감독. ‘기생충’은 그의 새로운 최고작이 될 수 있을까.

◇ “봉준호의 진화는 한국 영화의 진화”

2000년 영화 ‘플란다스의 개’를 통해 첫 장편 영화를 선보인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마더’(2009), ‘설국열차’(2013) ‘옥자’(2017) 등을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현실과 사회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평단의 지지와 관객의 사랑을 받아왔다.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 영화인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으로 돌아왔다. /뉴시스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으로 돌아왔다. /뉴시스

봉준호 감독은 22일 진행된 ‘기생충’ 제작보고회에서 “일단 영화에 기생충이 나오진 않는다”라며 “모든 캐릭터들이 위생적으로 아주 완벽하다. 영화를 보고 나면 ‘기생충’의 뜻이 뭘까 여러 가지로 추측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재치 있는 소개를 덧붙였다.

이어 “2013년 겨울, 주변 지인에게 처음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면서 “두 가족의 얘기에서 출발했던 것 같다. 전혀 다른 환경의 일상을 살아가면서 전혀 마주칠 것 같지 않은 두 가족이 마주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싶었다. 그게 영화의 출발점이었다”고 ‘기생충’의 시작을 회상했다.

봉준호 감독과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에 이어 네 번째 호흡을 맞추게 된 송강호는 ‘기생충’으로 봉 감독의 진화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은) 매번 놀라운 상상력과 통찰적인 작품을 선보이고, 꾸준히 도전하는 분”이라더니 “그런데 특히 이번 영화는 ‘살인의 추억’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느낌하고 가장 느낌이 비슷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괴물’ ‘설국열차’는 또 다른 장르적인 묘미와 즐거움을 줬다면, ‘기생충’은 ‘살인의 추억’ 이후 봉준호 감독의 놀라운 진화를 발견하고 느낄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봉준호의 진화는 이제 한국 영화의 진화라고 생각한다”고 극찬했다. 

‘기생충’은 그동안 봉 감독이 선보인 작품 중에서도 가장 예측 불가능한 전개와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만남이 가져다주는 뜻밖의 상황과 웃음, 극 후반까지 팽팽히 유지되는 긴장과 서스펜스, 현시대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까지. 다채로운 감정과 영화적 재미로 새로운 봉준호식 ‘가족희비극’의 탄생을 예고, 기대감을 높였다.

봉준호 감독 “이전 작품보다 뭐 하나라도 더 좋은 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계속 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기생충’으로 봉준호 감독과 네 번째 호흡을 맞추게 된 송강호. /뉴시스
‘기생충’으로 봉준호 감독과 네 번째 호흡을 맞추게 된 송강호. /뉴시스

◇ “송강호의 존재감은 메시·호날두급”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의 가장 큰 미덕은 배우들이라고 밝혔다. 봉 감독은 “이 영화에 훌륭한 면이 있다면 다 배우들로부터 나온다고 믿는다”라며 “배우들의 ‘케미스트리’가 워낙 좋았다. 모든 배우들이 하나의 덩어리처럼 화학작용을 했다”고 캐스팅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 정점에 송강호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송강호는 ‘기생충’에서 전원 백수 가족의 가장 기택 역을 맡았다. 직업도 대책도 없어서 아내 충숙(장혜진 분)에게 잔소리를 듣지만 늘 태평한 인물이다.

‘택시운전사’(2017), ‘밀정’(2016), ‘변호인’(2013) 등 최근작에서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인물을 연기했던 그는 시대의 무게를 내려놓고, 허술하고 사람 좋은 백수 가장 캐릭터로 또 한 번 변신할 예정이다.

송강호는 “전원 백수 가족이라고 해서 이상한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아니다”라며 “기택도 가족과 본인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 중 하나인데, 처해진 환경이 여의치 않고 힘든 가운데 사건을 만나게 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봉준호 감독은 송강호를 향한 남다른 신뢰를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송강호와 있으면 영화를 찍으면서 더 과감해질 수 있고, 어려운 시도도 할 수 있는 것 같다”면서 “(축구선수) 메시나 호날두가 작은 몸짓이나 패스, 동작 하나만으로도 경기의 흐름이나 수준을 다르게 만들어버리듯 배우로서 송강호도 그렇다. 영화 전체 흐름을 규정해버리는 송강호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칭찬했다.  

‘기생충’에서 전원 백수 가족 장남 기우 역을 맡은 최우식. /뉴시스
‘기생충’에서 전원 백수 가족 장남 기우 역을 맡은 최우식. /뉴시스

◇ 장남 최우식, 딸 박소담 그리고 엄마 장혜진

두 가족을 밀접하게 쫓아가는 ‘기생충’에서는 무엇보다 개성과 현실감으로 캐릭터를 완성해 줄 배우와 그 조화가 중요했다. 두 가족 중 기택 가족은 ‘옥자’를 통해 새롭게 발견한 최우식과 연기파 배우 박소담, 그리고 신선한 얼굴인 장혜진으로 구성됐다.

먼저 ‘기생충’에서 최우식은 기택네 장남 기우 역을 맡았다. 네 번의 대입 실패 후 아르바이트나 부업을 하며 백수로 지내는 인물이다. 기우로 분한 최우식은 팍팍한 현실에도 희망을 놓지 않는 오늘날의 청춘을 대변하는 설득력 있는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최우식은 “엄청 긍정적이고, 항상 희망을 갖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사는 청년”이라고 기우를 소개했다.

‘옥자’에 이어 봉준호 감독과 두 번째 만나게 된 그는 “‘옥자’에서는 (봉준호) 감독님과 처음 작업이었고, 부담감도 너무 컸다”라며 “그런데 이번에는 두 번째라서 그런지 조금 더 편하게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내가 아무리 어떻게 해도 감독님이 더 좋게 만들어주시더라”면서 “그래서 여러 가지 시도도 많이 해볼 수 있었다. 많이 배웠던 작품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생충’에서 막내딸 기정 역을 맡은 박소담(왼쪽)과 엄마 충숙으로 분한 장혜진. /뉴시스
‘기생충’에서 막내딸 기정 역을 맡은 박소담(왼쪽)과 엄마 충숙으로 분한 장혜진. /뉴시스

기택네 가족의 막내딸 기정은 박소담이 분한다. 극중 기정은 미대에 떨어지고 학원비도 없어 백수로 지내고 있는 인물이다. 박소담은 “가족 중 가장 현실적이고 당돌한 마음을 가졌고, 판단력이 빠른 친구”라며 “상대방이 빠져들게 만드는 묘한 힘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비록 지금 직업은 없지만, 그 누구보다 세상을 당당하게 살아간다”고 설명했다.

박소담은 ‘검은 사제들’(2015) 악령이 깃든 소녀,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2015) 일제강점기 여학교 기숙사에서 공포와 맞닥뜨린 예민한 10대 등 강렬한 캐릭터를 소화해왔다. 그는 ‘기생충’을 통해 본인만의 에너지를 표현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박소담은 “강한 역할을 많이 했었는데 이번에는 나만의 에너지를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면서 “내 말을 할 수 있었던 역할이어서 하면서도 신나고 재밌었다”고 말했다.

기택의 아내이자 기우, 기정의 엄마 충숙은 배우 장혜진이 맡았다. 영화 ‘우리들’(2016)에서 장혜진은 딸을 사랑하지만 아이가 겪는 감정의 격랑에는 무덤덤한 현실 엄마의 모습을 실감 나게 그려내 주목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도 ‘우리들’ 속 장혜진의 연기에 반해 충숙 역에 캐스팅했다.

장혜진은 “충숙은 남편이 워낙 사람 좋고 마음 좋게 돈을 안 버니 상대적으로 박력도 있고 다부진 면도 있다”라며 “아이들이 부모를 잘못 만나 고생하는 것 같아서 남편을 많이 구박하지만,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도 넘치는 사랑스러운 여자. 무엇보다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서 어떻게든지 가족을 굶기지 않겠다는 마음이 그나마 있는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특히 장혜진은 충숙으로 완전히 분하기 위해 체중 증량을 하는 등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혜진은 “하루 여섯 끼를 먹었다”면서 “5kg 찌우고 (봉준호) 감독님한테 이 정도면 됐냐고 물었는데 맛있는 음식을 밀어주면서 ‘더 드세요’ 하더라. 오케이 할 때까지 찌우다 보니 15kg가 쪘다”고 밝혀 놀라움을 안겼다. 

‘기생충’에서 박사장을 연기한 이선균(왼쪽)과 그의 아내 연교로 분한 조여정. /뉴시스
‘기생충’에서 박사장을 연기한 이선균(왼쪽)과 그의 아내 연교로 분한 조여정. /뉴시스

◇ 박사장 부부 이선균X조여정

‘기생충’ 속 또 다른 가족, 박사장네 부부는 탄탄한 연기 내공과 매력을 지닌 이선균과 조여정이 연기한다. 오디션을 통해 발굴한 정지소와 정현준이 각각 딸과 아들 역할을 맡았다. 

글로벌 IT기업의 젊은 CEO 박사장(박동익) 역을 맡은 이선균은 “부와 명예와 성공을 혼자만의 힘으로 이룬 인물”이라며 “친절하고 나이스하고 그런 태도를 항상 지키려고 한다. 하지만 자기가 만들어놓은 기준의 선을 넘으면 참지 못한다. 굉장히 넓은 사람 같지만 굉장히 좁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동익의 양면성을 보이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선균은 ‘기생충’ 캐스팅 제안을 받고 감격스러웠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대본을 보기 전에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선배의 제안을 받고 믿기지 않았다”라며 “너무 흥분됐고, 대학교에 처음 입학할 때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첫 만남 때 술에 취해서 감사 인사를 엄청 많이 했다”라더니 “하기로 결정하고 나서 대본을 봤는데 생각보다 분량이 많지 않더라. 첫 만남 때 리액션이 너무 과하지 않았나 싶었다”고 너스레를 떨어 취재진에게 웃음을 안겼다.

박사장의 아내 연교로 분한 조여정도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무조건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여정은 “처음에 제안받았을 때 봉준호 감독이니까 아주 작은 역할이라도 무조건해야지 했는데 역할이 생각보다 컸다”면서 “그래서 더없이 행복하게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조여정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능청스러운 연기에 극을 쥐락펴락하는 여유 등 새로운 활약을 예고,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조여정은 연교에 대해 “전업주부이고. 아이의 교육과 가정의 일을 전담하는 인물이라 조금의 틈도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하지만 다른 사람의 말을 너무 잘 믿는다. 본인은 굉장히 똑 부러진다고 착각하지만 말이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조여정과 이선균은 ‘기생충’ 적극 홍보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먼저 조여정은 “평범한 이야기인 거 같은데 굉장히 독특하고 매력 있는 영화”라며 “많은 기대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리고 이선균은 “단언컨대,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감을 드러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기생충’은 칸 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후 오는 5월 말 국내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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