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등이 확정된 키에보베로나가 모두의 예상을 깨며 두 번째 승리를 거뒀다. /뉴시스·AP
강등이 확정된 키에보베로나가 모두의 예상을 깨며 두 번째 승리를 거뒀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유럽 5대리그에 속한 구단 중, 올 시즌 가장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누가 뭐래도 이탈리아 세리에A의 키에보베로나다. 한때 돌풍을 일으키며 잘 나가던 이 팀은 올 시즌 순위표 맨 아래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즌이 시작하고 10경기가 넘도록 키에보베로나의 승점은 마이너스였다. 선수 영입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적발돼 승점 삭감 조치를 받은 데다 좀처럼 승리도 거두지 못한 탓이다. 키에보베로나는 무려 19라운드에 이르러서야 간신히 마수걸이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첫 번째 승리 이후에도 반등은 없었다. 다시 잔혹한 시간이 돌아왔다. 두 번째 승리는 요원하기만 했고, 무승부가 그나마 최선의 결과였다. 그렇게 키에보베로나는 승리가 낯선 팀이 됐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이 그들을 끝까지 외면만한 것은 아니었다. 키에보베로나에게도 모처럼 활짝 웃을 수 있는 날이 찾아왔다.

상대는 세리에A 강호 라치오였다. 지난 두 시즌 모두 5위를 차지하는 등 상위권에 자주 이름을 올리며 유럽대회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해온 구단이다. 당연하게도 모두가 홈팀 라치오의 승리를 점쳤다. 경기 전, 라치오 선수들과 관중들의 표정엔 여유가 넘쳤다. 이변의 희생양이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경기는 뜻밖의 양상으로 흘러갔다. 전반 34분, 라치오의 미드필더 밀린코비치 사비치가 레드카드를 받고 곧장 퇴장당한 것이다. 사비치는 키에보베로나 선수의 신경전에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하고 반응했다. 문제는 정도가 심했다는 것이다. 상대 선수를 향해 발길질을 했고, 그 모습은 심판의 눈에 그대로 포착됐다.

뜻밖의 행운을 마주한 키에보베로나는 후반 시작과 함께 흔들리는 라치오를 밀어붙였다. 후반 4분 선제골을 기록하더니 2분 뒤 추가골까지 더했다. 당황한 라치오는 경기가 점점 더 꼬이기만 했다.

키에보베로나의 행운은 계속됐다. 라치오는 후반 22분 만회골을 성공시키며 경기를 다시 알 수 없는 양상으로 끌고 갔고,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호아킨 코레아가 결정적인 찬스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발을 떠난 공은 골대를 맞고 나왔다. 키에보베로나 입장에선 천만다행인 상황이었다.

결국 경기는 키에보베로나의 2대1 승리로 끝났다. 패배를 전혀 예상치 못했던 라치오는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분을 삭히지 못한 라치오의 루이스 알베르토는 경기가 끝난 뒤 퇴장까지 당하고 말았다. 반면 첫 승을 따낸 뒤 무려 14경기 만에 승리를 맛본 키에보베로나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달라질 것은 없다. 이날 승리로 키에보베로나의 승점은 14점이 됐다. 강등권 밖인 17위 우디네세의 승점은 33점이다. 5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19점차는 극복할 수 없다. 그렇다. 키에보베로나는 이미 강등이 확정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승리를 갈망하는 모습과 승리에 기뻐하는 모습은 스포츠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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