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이 도착할 예정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의 모습. /AP-뉴시스
김정은 위원장이 도착할 예정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의 모습. /AP-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이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이번 북러정상회담을 계기로 그간 한반도 문제에서 다소 소외됐던 러시아가 핵심 참여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23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가 러시아 연방 대통령 푸틴 각하의 초청에 의해 곧 러시아 연방을 방문하게 된다”며 “방문기간 김정은 동지와 러시아 연방 대통령 사이 회담이 진행되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러시아 언론도 북러정상회담 소식을 전했다. 코메르산트는 25일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이 개최되며 장소는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로 특정했다. 김 위원장은 230여 명의 방문단과 함께 철도를 이용해 24일 새벽 북한과 러시아 국경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며, 극동연방대 캠퍼스 내 호텔에서 묵을 예정이라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의제는 북러 경제협력과 비핵화 및 대북제재 완화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방진출이 막힌 러시아는 동방개척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신동방정책’을 표방하고 극동지역 개발을 위해 매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동방경제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대북제재로 꽉 막한 북한은 물론이고 러시아 역시 북한과 경제협력을 추진할 이유는 충분하다.

비핵화 문제도 심도 깊게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그간 북한의 비핵화를 지지하면서도 미국의 상응조치 등 단계적·동시적 이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이는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나아가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조건으로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체제안전’을 보장받는 그림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따지고 보면 북한의 핵개발은 소련의 붕괴로 방패막이가 사라진 데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러시아 혹은 중국이 체제안전을 보장해줄 수 있다면, 북한 입장에서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국과 협상이 안 될 경우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했었는데,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중국·러시아를 통한 안전보장’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스티븐 블랭크 미 육군대학 교수 22일(현지시각)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한반도 문제에서 주요 역할을 차지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이 동방정책과 아시아 및 세계 대국으로서 러시아의 위상에 핵심적”이라며 “러시아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 유예를 지속하는 것을 전제로 점진적 비핵화의 대가로 제재 완화와 평화선언 및 안전보장을 요구하는 북한 입장을 지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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