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사용 차별금지” 백화점·면세점 판매원들의 호소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과 화장품노조연대 소속 노동자들은 지난 22일 국가인권위를 상대로 고객용 화장실 사용 금지 사업장에 시정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과 화장품노조연대 소속 노동자들은 지난 22일 국가인권위를 상대로 고객용 화장실 사용 금지 사업장에 시정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고용노동부의 지침이 있었다고 알고 있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백화점은 여전히 고객용 화장실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화장실 가려고 지하 5층까지 뛰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왜 이래야 하죠?”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일하는 판매직 노동자들이 매장 내 화장실 사용 차별 금지를 촉구했다. 이들은 고객용 화장실을 구분 짓고 있는 사업장들을 대상으로 인권위에 시정을 촉구하는 진정서도 제출했다. 지난해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직원들의 고객용 화장실 금지 사례가 77%에 이른다는 노동실태 조사 결과가 발표됐음에도 시정이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 노동부 시정 요구 비웃는 백화점과 면세점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서비스연맹)과 화장품노조연대 소속 노동자들은 지난 22일 국가인권위를 상대로 고객용 화장실 사용 금지 사업장에 시정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서에 피진정인으로 적시된 사업장은 ▲롯데쇼핑 ▲신세계 ▲현대백화점 ▲에이케이아이에스 ▲한화갤러리아 ▲에이치디씨아이파크몰 ▲호텔신라 ▲동화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호텔롯데 롯데면세점 ▲에스엠면세점 ▲두산 유통사업부면세두타본점 등으로 사실상 전국에 있는 모든 백화점과 면세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서비스연맹은 “지난해 서비스연맹의 조사에 따르면 고객용 화장실 이용을 금지하는 백화점, 면세점은 77%나 됐다”면서 “화장실 이용의 어려움으로 인한 관련 질병도 같은 나이대 여성 노동자에 비해 3.2배나 많이 발병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조시 발표 후 언론에서도 보도가 되고 노동부도 각 백화점과 면세점에 시정을 요청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서 “판매직 노동자들은 입점 업체 소속 노동자로서 백화점 및 면세점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비스연맹은 국가인권위를 향해서도 “인권위 또한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오늘의 진정서 제출이 한국사회의 인권지수를 올려내는 변화에 도달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개선책과 조치를 간절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자료=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사진자료=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진정서에는 일부 노동자들의 증언도 담겼다.

한국시세이도 노동조합 김연우 위원장은 “백화점에서 고객을 응대하다 보면 제때 화장실을 갈 수 없는 경우도 있고, 직원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은 대부분 멀리 있어 이용이 무척 불편하다”면서 “방광염은 물론 생리대도 제때 교체를 못해 피부염에 시달리고 있다. 임산부 직원도 예외 없이 무거운 몸을 이끌고 멀리 있는 직원용 화장실을 다녀온다”고 호소했다.

김 위원장은 “고용노동부에서 백화점 화장실은 ‘공중화장실’로서 직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를 했다고 하지만 백화점은 무언의 압력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고객용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 무리한 요구인지 묻고 싶다. 하루빨리 화장실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면세점에서 근무하는 부루벨코리아 노동조합 박가영 사무국장 또한 “직원용 화장실 개수는 노동자 수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문제점도 있다”면서 “면세점 각 층마다 수십개의 매장이 있지만 직원용 화장실은 남녀 각각 한 칸 뿐인 게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박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길가다 화장실이 급하면 근처 백화점과 면세점 화장실 이용한 경험이 모두 있을 것”이라며 “백화점과 면세점 화장실이 칸수가 부족해 줄이 길게 늘어선 경우는 없다. 입점객일 때는 너무나 쉬운 일이 직원들에게는 왜 이렇게 어렵고 힘들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법무법인 여는 김종진 공인노무사는 “백화점 등의 화장실은 중앙행정기관의 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설치 명령에 따라 공중화장실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법률 규정에도 불구하고 백화점과 면세점 등이 매장 근로자들의 공공시설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객용 화장실의 사용 제한 조치는 기본권을 제한하고 건강권까지 침해하는 조치”라며 “인권위는 매장 판매 근로자에 대한 고객용 화장실 사용 제한 조치의 해제와 화장실의 자유로운 사용을 보장하는 방침을 수립해 줄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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