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소방관 국가직 전환 법안 심사를 위해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회의 도중 자유한국당 이채익 행안위 간사가 찾아와 항의하고 있다. / 뉴시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소방관 국가직 전환 법안 심사를 위해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회의 도중 자유한국당 이채익 행안위 간사가 찾아와 항의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소방법이 지금 그토록 분초를 다툽니까?”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이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 들어와 외친 말이다. 행안위 한국당 간사인 이 의원은 법안소위 위원은 아니지만, 한국당의 동의 없이 법안소위가 개의된 것에 대해 항의했다. 이날 행안위 법안소위가 논의하려던 법안은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전환을 위한 소방법 개정안이었다.

행안위 법안심사 소위원장인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위를 개의하면서 “여러 차례 법안소위 위원들에게 임시국회와 관계없이 최소한 월 3회 이상 법안소위를 열자고 야당 의원들에게 협조를 구했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안소위가 원만하게 되지 못해 안타깝다”며 “오늘 회의는 소위원장으로서 시급히 처리해야 할 안건에 대비해 부득이하게 소집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위원장은 의사일정과 개회일시를 간사와 협의해 정한다고 돼 있으나 특히 긴급하다고 인정할 때엔 회의의 일시만을 의원에게 통지하고 개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홍 소위원장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소방관 국가직화와 관련해 20만 명 이상의 청원이 있었고 지난번 강원도 산불 이후 국민적 요구가 시급한 안건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법안을 상정했다.

하지만 법안소위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채익 의원의 항의에 이어 한국당 의원들의 본격적인 항의 방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소방법이 그토록 분초를 다툽니까? 집권여당이 소방법 위해 무슨 노력 했습니까?”라고 따져 물으며 “정치를 오래하면서 이런 대한민국 국회 모습을 처음 본다. 이건 집권여당이길 포기한 일이 아닌가. 여당이 협치를 파괴하고 책임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고 민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였다.

오후에는 홍문표·이진복·윤재옥·박완수·김영우 한국당 의원들이 들어와 야당과 협의되지 않은 법안소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회의는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다 결국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홍 소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법안소위) 위원이 아닌 분들까지 와서 회의를 방해하는 건 처음 봤다”며 “법안소위는 국정상황과 무관하게 해달라는 게 국민의 요구인데 상임위와 무관한 국정상황으로 법안소위가 파행돼 상당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 패스트트랙 유탄 맞은 소방법

강원 산불이 강원도 지역에 큰 피해를 입히자 정치권에선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논의가 시작됐다. 이채익 의원을 포함해 한국당 의원들 역시 소방직 국가직화에 찬성한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행안위 소속인 홍문표 한국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국당의 당론은 결정 안 됐지만 많은 분들이 소방직 국가직화에 공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지난 19일 ‘산불재난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소방직 공무원(국가직화)에 대해서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말로만의 국가직화가 아니라 실질화 하는 부분, 또 지방자치의 정도에 따라서 경찰직과 소방직은 어떻게 우리가 유기적으로 볼 수 있느냐의 문제, 또 재원의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있다”고 긍정적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상황은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이 선거제 개혁안과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리기로 합의하면서 뒤바뀌었다. 한국당은 “20대 국회는 없다”고 선언하고 모든 의사일정 ‘보이콧’에 들어간 상태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24일 논평을 통해 “한국당은 선거제, 공수처 개혁입법 패스트트랙을 빌미로 ‘20대 국회 중단선언’이라는 겁박과 철야농성까지 하고 있으니 국민은 속이 탈 지경”이라며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정쟁과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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