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삼성전자는 향후 10년간 비메모리 분야에 133조원을 투자하는 장기 플랜을 발표했다. 이른바 ‘반도체 비전 2030’이다. 
24일 삼성전자는 향후 10년간 비메모리 분야에 133조원을 투자하는 장기 플랜을 발표했다. 이른바 ‘반도체 비전 2030’이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삼성전자가 다시 한 번 반도체 신화를 쓰겠다는 각오다. 이번에는 메모리 분야가 아닌 ‘비모메리’다. 삼성전자의 목표는 글로벌 1등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향후 10년간 13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 삼성전자 ‘비메모리’ 플랜, 어떤 내용 담겼나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시키겠다.”

지난 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언급한 반도체 청사진이 최근 윤곽을 드러냈다. 24일 삼성전자는 향후 10년간 비메모리 분야에 133조원을 투자하는 장기 플랜을 발표했다. 이른바 ‘반도체 비전 2030’이다. 

투자 분야는 ‘시스템 반도체’다. 비메모리 반도체에 해당하는 마이크로 컴포넌트, 로직IC, 아날로그 IC 등이 모두 시스템 반도체에 속한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2030년까지 국내 R&D 분야에 73조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에 60조원 등 총 13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내 연구개발 인력 양성,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발전 등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시스템 반도체 R&D 및 제조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계획이 실행되면 2030년까지 연평균 11조원의 R&D 및 시설투자가 집행되고,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42만명의 간접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삼성전자는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와 국내 중소업체와의 상생협력을 통해 한국 시스템 반도체산업 발전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 시스템 반도체, 왜 중요할까

삼성전자의 목표는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 1위 기업이 되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제기된 ‘삼성전자 위기론’을 타개하기 위한 결정이다. 

그간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 과도하게 의존적인 모습을 보인 바 있다.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의 84%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매출 비중은 2017년(81%) 대비 3% 증가, 2016년(71%) 대비 13% 증가해 편중현상은 지속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같은 기간 시스템 반도체를 포함한 비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4%에 그친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시장의 후발주자로, 경쟁사 대비 늦게 사업을 시작한 탓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2017년 상반기 시스템LSI 사업부와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하며 전문성을 갖추기 시작했다. 안정적인 반도체 사업을 위해 시스템 반도체를 키우는 것으로 판단된다. 
 
비메모리 반도체의 시장 규모도 이번 결정의 중요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높은 메모리 시장은 전체 반도체 시장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나머지 70%는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 비메모리 시장은 지속 확대되고 있다. 성장률은 연간 5% 이상이다. 2022년까지 이 같은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비메모리에 집중하는 까닭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부터 성장세가 멈춘 메모리 시장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아울러 시스템 반도체가 속한 비메모리 산업은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반도체 분야다. 글로벌 경제 상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외부 상황에 영향을 덜 받는 시스템 반도체를 키워 일정한 매출을 기대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시스템 반도체는 향후 더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될 전망이다. 시스템 반도체는 전자뿐 아니라 자동차, 에너지, 의료, 환경 등의 산업에서도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5G 시장이 확대될 경우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시스템 반도체가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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