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편안과 사법제도 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여야의 극한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26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의안과 앞에서 자유한국당 박덕흠(오른쪽) 의원과 국회 관계자가 쓰러져 있다. / 뉴시스
선거제 개편안과 사법제도 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여야의 극한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26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의안과 앞에서 자유한국당 박덕흠(오른쪽) 의원과 국회 관계자가 쓰러져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처리하기로 한 25일 국회는 다음날 새벽까지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새벽 4시에 기자간담회가 열리는가 하면, 패스트트랙을 막으려는 세력과 추진하려는 세력 간 막말과 몸싸움이 오가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도 연출됐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대표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에 반기를 든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사임하고 찬성파인 채이배·임재훈 의원을 보임하는 절차를 완료하면서 여야 대치는 더욱 거세졌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세부 조율을 마친 공수처법을 의안과에 제출하려고 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보좌진은 의안과 사무실을 점거했다. 이어 여야4당이 사법개혁·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패스트트랙 처리를 시도한다는 내용이 고지되면서 한국당은 국회 내 모든 층수 회의장에 진입할 수 없도록 점거를 지속했다. 이 과정에서 패스트트랙 ‘찬성파’와 ‘반대파’가 몸싸움을 벌였고 최연혜 한국당 의원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정개특위 회의를 위해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장에 진입하려던 정의당 지도부를 향해 한국당 쪽에서 “(민주당) 2중대는 물러가라”는 고성이 나오자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너 뭐라고 그랬어?”라고 받아치면서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여야 대치가 26일 새벽까지 이어지며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민주당은 상황 악화를 우려해 ‘일단 철수’를 결정했다.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더 이상 불상사가 있어선 안 되겠다 싶어 철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새벽 4시가 다 된 시각이었다.

이해찬 대표는 “오늘 아주 격렬한 몸싸움으로 기진맥진해서 병원으로 실려 간 사람들도 있고 상당한 부상을 입은 사람도 있고 그런 것 같다”며 “원내대표단에서 다시 대책을 잘 준비하고 아침 의원총회에서 여러 의원님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서 대책을 세우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이 땅에서 그동안 본인들이 한 행위를 하나도 반성하지 않고 있는 세력이라는 것이 이번에 입증이 됐다. 기득권을 수호하려는 세력에 대해 용납하지 않고 단호하게 맞서서 반드시 (패스트트랙을) 관철시키도록 하겠다”고 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아무래도 (저희가) 여당이니까 더 이상의 사태나 사고가 발생할까봐 결단을 내려서 일단 중단시켰다”며 “오늘 하루 종일 참담한 심정이었다. 국민의 뜻을 받드는 것이 이렇게 힘든가 하는 생각도 했다. 한국당이 폭력과 불법으로 영원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착각일 것이다. 야당과 협의하고 통과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서 반드시 통과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